4선 중통령의 호소…"연장근로 없이 납기 맞출 수 있나"[인터뷰]
기사내용 요약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4선 취임 한달 인터뷰
"주52시간 굉장히 경직…오버타임 못쓰는 쪽"
"최저임금 상당히 퇴색된 상황…동결 원한다"
[서울=뉴시스] 대담 김준모 신성장산업부장, 정리 배민욱 기자 = "일본처럼 월 최대 100시간 연장근로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난달 6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했던 말이다. 국내 경제단체장 가운데 처음 4선에 성공한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였다. 재계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갖고 있는 김 회장의 소신 발언은 화제가 됐다. 근로시간 유연화를 강조했다고 해석하는 쪽과 과로를 조장한다고 보는 쪽으로 갈렸다. 이 논란을 다른 관점에서 보는 시각도 있다. 김 회장 발언의 파급력이 확 세졌다는 견해다. 그가 중기중앙회장 위상을 명실공히 '중통령'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김 회장의 발언 하나하나와 행보가 과거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뉴시스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 사무실에서 김 회장을 만나 여러 가지를 물었다. 논란이 됐던 당시 발언의 취지가 무엇인지 질문했다. 납품단가 연동제 정착과 최저임금, 기업승계 등 큰 이슈들에 대한 김 회장 생각도 들어봤다. 다음은 김 회장 가진 일문일답.
-지난 임기를 돌아봤을 때의 소감은.
"납품단가 연동제의 법제화와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기억에 남는다. 중소기업의 숙원이었던 납품단가 연동제는 14년만에 법제화됐다. 여야 협치로 단 한 명의 반대도 없이 국회를 통과했다. 중소기업이 협동조합을 통해 공동 구·판매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여전히 조합 공동행위 허용 범위가 불분명하다. 법 개정 통해 조합의 공동사업에 공정거래법상 담합규정 적용을 배제했다."
-중기중앙회 위상이 많이 달라졌다. 김 회장의 역할과 공이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된다. 체감하고 있나.
"행사 등 참석 요청이 많아졌다. (회장을) 오래했기 때문에 알고 있는 사람도 많고 인지도가 좀 있다. 좌석도 헤드테이블 쪽이 늘었다. 정부 측 회의에 모두 가지 못하지만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다. 웬만하면 참석해 중소기업 관련 얘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이런 변화들을 보면 위상이 높아진 것 같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생각은.
"개편방안의 보완으로 중소기업 현장의 인력운용상 애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당초의 정부 개편안은 중소기업의 다양한 근로실태를 반영해 기업과 근로자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환영 입장을 표명했다. 현행 주52시간제에서 중소기업은 구조적 야간근로, 긴급발주 대응, 대체인력수급에 애로가 있다. 대통령의 보완지시는 정부개편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근로자의 건강권 우려를 해소하라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 보완방안 마련 시 노사의 근로시간 선택권과 근로자의 건강권 보장이 조화를 이룰 수 있길 희망한다. 큰 틀에서는 당초의 정부 개편방안이 유지되길 바란다."
-4선 당선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처럼 월 100시간을 일 할 수 있게 해야 된다고 했다. 당시 발언 상황과 취지는.
"우리는 유연근무제를 원한다. 일본의 예를 들었던 것이다. 주52시간제는 굉장히 경직돼 있다. 중소기업은 필요할 때는 일을 하고 오더(물품 주문)가 없을 때는 일을 적게 한다. 365일 바쁜 것도 아니고 1년 내내 한가한 것도 아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납품하는 수급 기업이 40%다. 납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납기를 못 지키면 발주처가 업체에 오더를 안 줄 수 있다. 그래서 납기가 중요하다. 이럴 때 오버타임(추가근무)을 하는 것이다. 납기를 맞추고 일거리가 줄어들면 휴식 기간을 갖는다. 이 부분을 확실히 이해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악플도 달렸다. 현장 근무자와 사무직은 일은 다르다. 현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오버타임을 해서 돈을 더 벌고 싶은 생각도 많다."
-그날 저 발언 전에 정부가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를 했다. 정부와 사전에 교감이 있었나.
"전혀 상관없이 발언을 한 것이다. 여러 차례 문재인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근로시간의 경우) 일본은 월 100시간·연 702시간, 미국은 제한이 없다. 우리는 경직된 주 52시간을 하고 있다. 오버타임을 쓸 수 없는 쪽으로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경제단체장 4명과 오찬을 할 때 내가 중소기업은 주 52시간 준비가 안됐다고 했다. 좀 더 유예기간을 줘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1년 연기됐다."
-내년 최저임금에 대한 심의가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다. 중소기업계의 입장은.
"최저임금 결정시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등 고려할 사항이 많겠지만 기본적으로 기업의 임금지불능력 범위 내에서 결정돼야 한다. 일자리 감소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 이후 고물가·고금리로 중소기업들은 경영여건이 악화돼 임금지불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황이다. 최저임금은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소한의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의 업종별 격차도 심화되고 있다. 업종별로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의 차이가 크다. 이를 감안한 구분 적용 도입이 필요하다. 우리는 당연히 동결을 원한다. 지금 시장에서는 이미 최저임금을 넘어서 월급을 많이 올려줬다. 최저임금의 의미가 상당히 퇴색된 상황이다."
-중소기업 가업승계도 중요하다. 조세 부담을 완화해달라는 게 골자다. 부자 감세라는 지적도 있다.
"기업 영속성은 있어야 된다. 기업이 팔린다는 건 공장과 영업력도 있지만 노하우 등 여러 가지 부분들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면 혁신 의욕이 많이 떨어진다. 관리 쪽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기업에 들어와야 혁신이 된다. 일본은 기업승계가 안 되니 임시적으로 법을 만들어 상속세 징수를 유예하고 있다. 연 1~2만명이 기업승계를 원활하게 하고 있다. 독일과 미국도 합리적인 방법에 의해서 기업승계를 하게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이 넘은 지금 중소기업계는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실효성에 대한 평가와 개선방향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 수준은 지나치게 높은 반면 의무내용이 광범위하고 불명확해 중소기업 현장에서 이행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사업주 처벌보다 예방 중심으로 중대재해처벌법 보완이 필요하다. 사업주에 1년 이상 징역형을 벌금형 또는 징역 상한형으로 해야 한다. 정부 재정지원 대상을 300인 미만으로 확대하고 안전 전문인력 인건비 지원, 중소기업 자부담비율을 최대 30%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의무사항에 대한 정부 사전 인증제도 신설해야 한다. 내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여건이 열악한 곳이 많고 그 수만 해도 68만개에 달한다. 성급하게 법 적용 시 범법자만 양산될 우려가 크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최소 2년 이상 법 적용 유예가 필요하다."
-경영계가 우려하고 있는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있다. 중소기업계 입장은.
"대립적·투쟁적 노사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란봉투법 통과시 노조의 불법파업 조장과 기업의 경영위축이 우려된다. 파업의 대상과 범위가 확대된다. 불법파업에 대해 개인별 책임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손해배상이 가능하도록 해 기업의 손해배상청구 제한된다. 위급한 경제상황을 감안해 경제활력 입법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노란봉투법은 여야 합의 없이 강행처리하고 있는 반면 영세 중소기업과 근로자 위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등은 논의조차 없다.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노동개혁에 힘을 모아주길 요청한다."
-납품단가 연동제가 10월부터 시행된다. 성공적인 현장 안착을 위해 보완해야 할 사항과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법의 취지에 맞게 효과를 극대화하고 사각지대를 없애고 제도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납품단가 연동제 예외사항인 단기(90일)·소액(1억원) 등 범위를 최소화하고 상호 합의로 미적용되는 탈법·부정행위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원재료 외 전기료 등도 수·위탁기업 상호합의시에는 연동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과 대기업에 도움이 된다. 제값을 받음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인상과 복지향상에 기여하고 혁신을 통해 납품하는 제품의 품질도 향상돼 납품받는 대기업도 성장이 가능하다. 대기업의 자발적·적극적 협력이 필요하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방지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기술탈취는 중소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가장 악질적인 불공정거래행위지만 근절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이 부당하게 기술자료를 요구함에도 중소기업은 거래단절 우려로 거절이 어려워 피해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기술자료 제공시 비밀유지계약 체결 의무화, 소송·분쟁시 입증책임 분담(중소기업→대기업), 징벌적 손해배상제도(3배) 도입 등 법률 개정에도 기술탈취 행위는 근절이 되지 않아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피해기업의 입증지원 강화, 손해액 산정 현실화, 수시 직권조사 확대 등 기술탈취 근절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운 만큼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감시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4년 임기 동안 추진할 역점 사항은.
"납품단가 연동제의 안착과 협동조합의 활성화다. 납품단가 연동제의 경우 보완입법을 건의하고 사회적 공감대 형성으로 현장 안착 추진이 필요하다. 협동조합 활성화는 협동조합의 공동사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협동조합 활성화는 기업간거래(B2B)에서 협동조합의 가격 협의·제시 등 행위가 담합으로 간주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통해 조합 공동판매 사업 허용이 필요하다. 조합 주도의 공동판매 사업 추진을 위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제품에 대해 권장가격 형태의 가격 결정·제시 등을 희망한다. 최근 중소기업들은 가장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 상승, 어려운 인력 공급 등 여러 부분에서 총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mkba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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