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률 28%' 고속도로 낙하물…"화주 감독의무 강화해야"

기사내용 요약
최근 5년간 고속도로 낙하물 사고 약 200건
사망률 28.5%…전체 교통사고 치사율 2배
"차주 처벌 및 화주 관리감독 의무 강화 필요"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치사율이 28%에 달하는 고속도로 낙하물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어 화물차주의 적재 불량에 대한 처벌 강화와 함께 화주의 관리 감독 의무 강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전 5시17분께 충북 음성군 삼성면 중부고속도로 대전 방향을 달리던 트레일러에서 건설기계 롤러 장비가 떨어졌다.

이 사고로 차량 4대가 연쇄 추돌했다. 떨어진 롤러와 충돌한 2.5t 화물차 조수석에 타고 있던 60대는 심정지, 60대 운전자는 중상을 입는 등 4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달 8일에는 서울 올림픽대로 강남 부근에서 김포 방향으로 달리던 승용차가 앞 화물차에서 떨어진 철판에 부딪쳐 앞 유리가 반파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피해자인 운전자 이모(39)씨는 날아든 철판에 머리 윗부분을 부딪쳐 잠시 정신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주변 차량이 많지 않아 추가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한국도로공사가 조사한 '최근 5년간 고속도로 낙하물 사고'를 보면 지난 2017~2021년 총 199건의 낙하물사고가 발생했다. 연평균 41.2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2017년 43건 ▲2018년 40건 ▲2019년 40건 ▲2020년 37건 ▲2021년 39건으로 매년 40건 안팎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 기간 동안 적재물 낙하 사고로 인한 사망 확률은 28.5%로 4번의 사고 중 1번은 사망으로 이어졌다.

사고 대부분이 대형차량 적재 불량에 따른 것인데도 정작 단속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경찰의 단속 인력이 상시 부족한 탓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신고 혹은 정기 단속을 추진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단속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이라고 말했다.

인력 부족을 메꾸기 위한 인공지능(AI) 기술이 도입되기도 했지만 법적 분쟁으로 현재 운영 중단된 상태다.

한국도로공사는 단속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21년 AI 영상분석을 통한 적재불량 의심차량 판별 시스템을 도입한 바 있다.

하지만 경찰청이 지난해 5월 개인정보보호법 유권해석을 요구해 현재까지 운영되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도로공사는 폐쇄회로(CC)TV 설치 주체에 해당하지 않아서다.

당시 이 시스템을 도입했을 때 2021년 한 해만 11만5576건의 적재불량을 단속했다. 이는 2020년과 비교해 2.4배 증가한 수치이고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치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단속에 효과적인 시스템이 법에 가로막혀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적재불량 차량을 단속해도 처벌이 지나치게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로교통법 제39조에 따르면 운전자는 운전 중 실은 화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덮개를 씌우거나 묶는 등 확실하게 고정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할 시 범칙금은 4~5만원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화물차주의 적재 불량에 대한 처벌 강화와 함께 화주에 대한 관리 감독 의무 강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결국 안전의식을 강화하기 위해선 계도와 홍보, 처벌 강화가 같이 가야 한다"며 "현재 적재 불량 범칙금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어서 이를 높이고, 교육 등을 통해 운전자의 안전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모든 부담을 운전자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화물을 싣는 과정에서 화주의 관리 감독에 대한 의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도 "화물차주는 많이 실을수록 더 큰 경제적 이득이 생긴다고 생각해 위험을 감수하고 불량 적재를 하는 것"이라며 "화물차주에 대한 적정 수준의 임금을 보장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ght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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