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어닝 쇼크’라지만 실적 개선기업도 있다...증권가가 ‘픽’한 종목은?
삼성전자·심텍, 메모리 업황 둔화...눈높이 낮춰
글로벌 경기 침체로 경영 환경이 나빠지면서 올해 1분기 상장사들의 실적이 부진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어닝 쇼크’(실적 충격)에 대한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영업이익 추정치를 높인 기업들에 대해선 투자자 관심이 몰리고 있다. 불과 한 달 전과 비교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350% 높인 종목도 있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3곳 이상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1분기 실적 추정치를 내놓은 기업은 183개로 집계됐다. 이중 영업이익 추정치를 높인 기업은 3분의 1이 조금 넘는 69개사였다.
영업이익 추정치가 높아진 곳 중 대표적인 기업이 효성티앤씨다. 한 달 전 예상 영업이익은 92억원 수준이었는데, 이날 기준 421억원으로 358% 뛰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흑자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섬유 부문의 주력 제품인 스판덱스 이익이 개선돼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뒤따른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판덱스 원재료인 부탄다이올(BDO), 메틸린디페닐디이소시아네이트(MDI) 가격 하락이 반영돼 섬유 부문의 호실적이 예상된다”며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으로 수요 회복에 따라 공급이 늘어도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스티팜에 대한 영업이익 기대치가 18.6% 높아졌다. 한 달 전 영업이익 예상치는 30억원이었는데, 최근 3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567.7% 뛴 수준이다.
에스티팜 이익 추정치가 올라간 배경에는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 매출 기대감이 자리잡고 있다. 리보핵산(RNA) 기반 신약이 급증하면서 원재료인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서미화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를 12만원으로 제시하면서 “RNA 치료제 시장 성장으로 신규 수주가 기대된다”면서 “이미 에스티팜에서 생산 중인 RNA 치료제는 임상 진전으로 생산량 확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태광 영업이익 기대치도 16.2% 올랐다. 태광은 조선, 플랜트 기자재의 가장 기초 단계에서 쓰이는 산업용 배관구조 변경용 관이음쇠(피팅)를 제조하고 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일괄도급사업(EPC) 업체가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올해 태광의 연간 수주는 지난해보다 30%가량 늘어난 3000억원 달성도 가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개별로 보면 저비용 항공사(LCC)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빠르게 높아진 것이 눈에 띈다. 한 달 새 진에어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31.5% 늘어났다. 지난해 4분기부터 여객 수요가 개선되고, 운임이 급등하면서 수익성이 빠르게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반영됐다. 특히 진에어는 모회사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를 인수하면서 LCC 통합시 수혜가 기대된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한 달 새 영업이익 추정치가 빠르게 떨어지는 곳도 있다. 가장 크게 낮아진 곳은 삼성전자로, 1개월 전 2조3202억원에서 이날 기준 1조원대로 56.9% 급감했다.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업황이 둔화하면서 상반기까지 삼성전자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같은 기간 천보(32.7%), 녹십자(31.7%), LG이노텍(28.5%) 등에 대해서도 영업이익 눈높이를 낮췄다.
심텍에 대해서는 아예 적자 전환으로 돌아섰다. 1개월 전 영업이익 추정치는 534억원이었는데, 이날 영업손실 16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메모리 업황 악화로 재고가 늘어나 수익성이 부진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이상민 플루토리서치 대표는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실적 추정치 변화를 가늠하는 건 고전적인 투자 전략”이라며 “증권사 이익 추정치가 빠르게 높아지는 종목은 실제 ‘어닝 서프라이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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