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서툰 조현우가 집 구하는법 알려줘" 울산 아타루의 K리그 적응일기[스한 인터뷰]
[울산=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패스부터 압박까지 '팔방미인'인 일본인 미드필더가 울산에 상륙했다. 울산 현대의 새로운 '중원 엔진' 에사카 아타루(30)는 자신에게 엄격하면서도 동료와는 친근한 모습으로 한국프로축구에 순조롭게 적응해나가고 있다.
스포츠한국은 울산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아타루를 만나 K리그에서의 첫 시즌과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아타루는 2015년 일본 J2리그 더스파구사쓰 군마에서 프로축구에 데뷔해 2022년 J1리그 우라와 레즈에서 뛸 때까지 8년간 일본에서만 선수 생활을 했다. 한국 무대에서의 활동은 울산과의 2023시즌이 처음인 것. 아타루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망이 있었는데 마침 챔피언 팀 울산에게 제안이 와서 함께하게 됐다"며 한국행의 이유를 밝혔다.
아타루는 울산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홍명보 감독과도 진한 연결고리가 있다. 아타루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뛰었던 J리그 가시와 레이솔에서 홍 감독 역시 1999년부터 2001년까지 활동한 바 있다. 아타루에게 홍 감독은 스승이자 대선배인 것.
이에 아타루는 "홍명보 감독님이 J리그에서 활동하셨고 일본어를 하신다는 점은 좋다. 발목 부상을 당했을 때도 일본어로 상태를 물어봐 주셨다. 하지만 감독님이 영어도 잘하시니 다른 외국인 선수들도 문제없이 소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 생활이 처음인 아타루를 가장 많이 도와준 울산 동료는 누구일까.
"한국에 도착 후 일주일은 통역사가 구해지기 전이었다. 그 시기에 정승현이 울산이라는 팀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줬다. 주장인 데다가 울산 유스팀 출신이라 팀의 역사와 정신에 대해 해박했다. J리그에서 뛴 경력이 있어서 일본어도 잘한다. 나를 정말 많이 도와줬고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 반대로 일본어를 잘 못하는 사람 중에서는 조현우가 굉장히 섬세하게 챙겨줬다. 가족 일부터 집 구하는 법, 팀 분위기 등을 잘 알려줬다. 일본어가 서투름에도 불구하고 먼저 말을 걸어주고 적응을 도와준 것에 정말 감동했다."
통역사가 없는 일주일을 경험한 덕에 오히려 혼자서 한국 생활에 적응해나가는 팁을 얻었다고 밝힌 아타루다. 그는 "간단한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의 한국어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다. 훈련 후 선수들끼리 점심을 같이 먹는데 그때도 외국인 선수들 사이에 있는 것보다도 한국인 선수들과 같이 식사를 하며 한국어가 많은 환경에 나를 노출시키려고 한다. 정승현, 이청용 등 베테랑들은 물론 이재욱 등 어린 선수들과도 식사를 자주 함께 한다"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의 프로축구 스타일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J리그는 볼 소유를 통한 수적 우위를 가져가려는 팀이 대부분이라면 K리그는 1 대 1 돌파, 루즈볼 경합, 신속한 압박을 가져가는 팀이 많은 편"이라고 답한 아타루. 패스에도 능하지만 많은 활동량과 함께 적극적인 압박을 가져가는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두 리그의 특징을 섞어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축구 스타일을 갖추게 된 계기를 문자 아타루는 "J2리그에서 프로 데뷔를 했기에 J1리그로 올라가기 위해 드리블 돌파와 같은 개인 능력 위주의 어필을 굉장히 중요시했다. J1리그 입성 후 다시 한번 한계에 부딪혔고 '축구는 나 혼자 하면 안 되는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팀 스포츠의 중요성을 더욱 알게 되면서 운동량, 상황 인식, 위치 선정 능력을 갈고 닦았다. 그랬더니 경기를 보는 시야가 더욱 선명해졌다"고 말했다.
아타루 특유의 플레이 스타일이 가장 잘 나타난 경기는 지난달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FC서울과 울산의 K리그1 3라운드 경기였다. 1-1 동점 상황이던 후반 42분 서울 수비수 김주성이 백패스한 공을 골키퍼 최철원이 손으로 잡으면서 백패스 반칙으로 간접프리킥이 선언됐다. 최철원이 심판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이 아타루가 공을 빠르게 낚아채 간접프리킥을 진행했다. 아타루의 패스를 받아 때린 마틴 아담의 왼발 슈팅은 최철원의 선방에 막혔지만, 박스 안 왼쪽으로 흐른 공을 이청용이 오른발로 마무리하며 울산이 2-1 승리를 거머쥐었다.
아타루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축구는 주변을 얼마나 살피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몸은 힘들어도 머리는 항상 회전시켜야 한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 그 각오 덕분에 경기 막바지에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기쁘다"고 말했다.
이렇듯 K리그에 연착륙 중인 아타루가 훈련과 경기를 소화하며 '가장 호흡이 잘 맞는다'고 생각한 울산 동료는 누구일까.
"아직 내 능력의 50%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훈련이나 경기에서 최적의 순간에 공격수에게 침투 패스를 넣어준 적이 솔직히 한 번도 없었다. 더욱 헌신적으로 플레이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아직 나조차도 100% 기량이 아니기에 호흡이 좋은 선수를 뽑기가 어렵지만 중원에서는 이규성, 침투하는 공격진에서는 엄원상과의 조화가 앞으로 기대된다."
아타루는 준수한 외모 덕에 J1리그 우라와 레즈에서 뛰던 시절 팬들로부터 '우라와의 왕자님'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아타루가 울산에서 좋은 활약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울산의 왕자님'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에 아타루는 "우라와 시절에도 내가 그렇게 불러달라고 한 것은 아니고 팬들이 감사하게도 과분한 별명을 지어주셨다. '팬들에게 어떤 별명으로 불리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좋아하는 외모의 차이도 있을 것이다(웃음). ('울산의 왕자님'으로) 불러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지만 한편으로 조금 부끄러울 듯하다. 그래도 좋은 활약을 했다는 의미라면 감사한 마음으로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타루는 마지막으로 올 시즌 목표에 대해 "팀으로서의 목표는 당연히 리그 2연패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득점에 관여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 부분이 팀, 감독님, 팬 분들이 내게 원하는 모습일 것이다. 정확한 수치를 말하는 게 조금은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10골-10도움은 기록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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