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 반포도 포함해라"…압·여·목·성 '부글부글'[토허제 논란]

최서윤 기자 김도엽 기자 2023. 4. 6.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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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권 행사에 심한 제약"…재지정 예상했어도 못내 '실망'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2단지의 모습. 2021.2.2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김도엽 기자 = 서울시가 압구정과 목동 등 4곳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을 결정하자 규제 완화를 기대해온 부동산시장에 실망감이 역력한 모습이다.

집을 마음대로 사고팔 수 없도록 해 사유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논리부터, 현재 집값 급등 '1번지'로 꼽히는 반포·한남동은 제외됐다는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결정으로 서울시가 오는 6월 예정한 잠실·삼성·대치동 심의도 재지정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반발은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규제 타당성이나 정책 실효성, 부작용 등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서울시의 목동 등 주요 재건축단지 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방침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시, 목동 신시가지 등 토지구래허가구역 1년 연장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 열린 제5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압구정아파트지구 △여의도아파트지구 △목동택지개발지구 △성수전략정비구역 1~4구역 4개 주요 재건축단지 등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됐다. 이로써 이달 26일 만료 예정이던 규제 기간이 내년 4월 26일까지로 1년 연장됐다.

2021년 4월부터 3년간 규제 지역으로 묶이는 셈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제도(토허제)는 토지의 투기적 거래 성행 또는 지가 급등 지역이나 그럴 우려가 있는 지역을 대통령령으로 지정, 토지는 물론 해당 지역 주택과 상가 거래 시 구청장 허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어기면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한다.

지난해 개정된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상 규제 대상이 되는 대지 지분도 아파트 6㎡·상가 15㎡ 이상으로 확대돼 규제 범위도 넓다.

특히 주거용 토지는 2년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해야 해, 전세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를 할 수 없다는 점이 부동산 시장의 주요 관심사였다. 투자 수요를 억누르는 핵심 사항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 전단이 붙어있다. 2022.10.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재건축 열풍에 들뜬 단지들 '찬바람'

이날 도계위 결정 방향이 전해지자 목동 신시가지에는 찬바람이 불었다. 한 달 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토허제 연장 방침을 굳히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 터라 예상했음에도 실망을 감추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양천구와 강남구가 나서서 시에 지정 해제를 요구한 데 기대를 걸었던 탓도 있다.

인근 A 개업중개사는 "토지거래구역으로 묶여서 아파트 가격이 오르지도 못하고 집주인들은 그렇다고 가격을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최근 들어 재건축 된다고 동의서도 받고 설명회도 하고 기대감이 커진 분위기인데 실망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50~60층 높이 초고층 재건축 바람으로 들썩이는 여의도 역시 이번 결정이 못내 아쉽다. 여의도 한 재건축 단지 조합원 B씨는 "지구단위계획 발표도 끝없이 연장해 사업을 진행할 기반을 마련하지 않으면서 (토허제로) 2중 피해를 주고 있다"며 "향후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따른 3중 피해도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B씨는 그러면서 "규정 미비에 따른 사업지연과 정당한 시장 가격 형성 및 원활한 재산권 행사에 심한 제약을 가하고 있다"며 "정책 편의성을 위해 토지 등 소유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규제는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동산 관련 인터넷 카페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똑같이 '부동산 투자 1번지'로 꼽히는 반포·한남동은 포함되지 않은 점을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 누리꾼은 "가격 상승 진원지가 반포인데 토허제를 하려면 반포를 포함하는 게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강남 주요 지역과 목동, 잠실 등 아파트 투자 인기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사이 반포동과 한남동에서는 각각 앞다퉈 올해 최고가 기록을 쓴 단지가 나왔다. 지난 1월 반포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200㎡가 100억원에 팔려 시장을 놀라게 했는데, 두 달 만인 지난달 10일 한남더힐 240㎡가 110억원원에 거래돼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이 밖에 "집값이 오르고 내리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유재산권을 지자체에서 침해하는 것이 문제", "집을 왜 팔아라 말아라 하는 건가. 목동아파트가 전략물자라도 되느냐" 등 반응도 있다. "규제가 풀리면 오히려 거래가 활성화되고 역전세난 우려 등으로 갭투자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서 가격이 내릴 것"이라는 주장도 전개된다.

성수동과 압구정동은 상가용 부동산 거래 추가 위축도 걱정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 업무·상업용 빌딩 매매는 거래 건수와 규모 모두 작년 동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조한데, 규제 연장은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전망대에서 바라본 영등포구 여의도에 상업·업무용 빌딩이 밀집돼 있다. 2023.2.2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전문가 의견 분분…"보완책 마련은 필요"

토허제는 현 정부 들어 이어진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의 '마지막 퍼즐'로 지목된다.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집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난 정부에서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 시켜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정책 목표 관점에서는 마지막 규제까지 해제하는 게 신중한 일일 수밖에 없다.

최근 서울시 정비사업 추진으로 일부 재건축 단지는 반등 조짐을 보이기도 한 터다.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 제공업체 '아실'에 따르면 정부의 기준 완화로 올해 1월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목동신시가지14단지는 전용 157㎡가 이달 3일 23억500만원에 팔려 신고가를 기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이) 1분기 거래량도 좀 늘고 가격도 서울 지역 위주로 회복되기 시작한 데다 많은 규제가 풀린 상황"이라면서 이번에 서울시가 규제를 추가 완화했다면 "집값 상승 도화선 역할을 할 수 있었기에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이번 결정은 이미 예고가 많이 됐기 때문에 아파트 거래 시장엔 큰 영향이 없을 걸로 본다"면서도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거래가 위축되면 기업들의 활동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심의 지역들은 사실상 재건축단지를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상업용 부동산만 규제를 풀어준다고 해서 시장 교란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발표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상업용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건국대학교, 김웅)' 논문에서는 규제 지역과 인근 비규제 지역 상업용부동산 실거래 매매가 표본을 분석한 결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전 1년간 거래된 가격에 비해 지정 이후 1년간 거래된 가격이 높게 나타난 반면, 거래량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토허제는 거래만 위축시킬 뿐 가격은 되레 올린다는 결론인데, "매입할 수 있는 매물이 줄어들면서 희소성에 따른 가격 상승세가 유지된 현상 것"으로 분석됐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굉장히 국지적인 지역을 선택해 거래를 제한하면 항상 '풍선효과'를 유발한다"며 "그 풍선 때문에 올라 거품이 형성된 다른 지역 가격은 나중에 (타깃 지역) 규제가 풀리고 나면 급락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재개발·재건축 규제가 다 풀려가면서 오히려 살려는 대기수요만 쌓아놓는 문제도 있다"며 정책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야말로 '서울시가 콕 집어준 최상급지'라는 말이 오간다. 현행법상 토허제 지정 최대 기간이 5년인 만큼 2025년이 지나면 자연히 규제가 풀릴 것이란 기대가 더 커지는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오는 6월 22일 만료를 앞둔 잠실·삼성·대치동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도 연장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라 시장 반발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들 지역은 2020년 6월 23일부터 토허제 적용을 받고 있다. 용산 이촌1구역 등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이 있는 정비창 부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도 오는 5월 13일까지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2022.2.2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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