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만 넘어도 산재 급증...노동부도 알고 있었다
[앵커]
근로시간 유연화와 관련해 현 정부는 노동자의 선택권을 강조하며 여전히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주 60시간 상한선이 언급된 상태인데, YTN 취재진이 확보한 노동부 공식 자료를 보면 현행 주 52시간 이상만 일해도 산업재해를 당할 위험성이 급증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철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달, '주 69시간제'로 불리는 노동시간 개편안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습니다.
과도한 노동은 노동자들의 건강에 위험할 수 있다며 재검토를 지시한 겁니다.
[윤석열 / 대통령 (지난달 21일) :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하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대통령실과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사이에서 혼선이 계속되다가 대통령이 '주 60시간'이라는 일종의 상한선을 제시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주 60시간까지는 괜찮을까?
YTN 취재진이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 52시간 이상만 일해도 산업재해 사고를 당할 위험성이 커지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공단이 제출한 업무상 뇌 심혈관질병 현황 자료를 보면 주 52시간보다 적게 일한 경우 산재승인율이 10%대에 머물렀지만 52시간이 넘어가면서부터는 70%대로 급증하더니 60시간을 초과하자 승인율이 90%대에 다다른 겁니다.
유족급여 승인율 자료를 봐도 주 52시간 이상 일한 그룹의 산재 승인율은 최대 81.2%, 주 60시간 이상 일한 그룹의 승인율은 최대 93.4%에 이르렀습니다.
주 52시간 이상 노동이 노동자에게 위험하다는 건 정부 역시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고용노동부 고시를 보면 주 평균 노동시간이 60에서 64시간을 넘어가는 경우 업무와 질병 사이 연관성이 매우 강하다고 적혀 있긴 하지만 바로 아랫줄에 '주 평균 52시간만 넘어도 업무와 질병 사이 연관성이 증가한다'고 돼 있는 겁니다.
통계뿐 아니라 노동부 고시에도 장시간 노동의 위험성이 언급된 만큼, 노동시간 개편 논의에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주영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주 52시간 제도를 부정하기 위해서 자료를 취사선택한 것이 아니냐 하는 그런 강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근로시간 개편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중심에 두고 고민해야 할 그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나아가 어느 정도 노동시간이 노동자 건강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와 관련한 연구와 조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YTN 김철희입니다.
YTN 김철희 (kchee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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