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전당포' 영업 심해졌네…신용대출 24년만에 40% '뚝'

노희준 2023. 4. 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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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 "담보 위주 대출, 시대와 안맞아"
신용대출 비중, 감소하고 담보·보증 대출 비중 늘어
취약차주 대출 어려워지고 대출심사 부실 우려 지적도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국내은행의 ‘전당포식’ 담보 및 보증 요구 관행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신용대출 비중은 20여년만에 40% 가까이 쪼그라들어 담보와 보증이 아니면 은행에서 자금을 빌리기 어려워지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내은행의 담보 대출 위주 관행을 두고 “시대와 맞지 않는다”고 비판해 관련 대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자료=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금 가운데 담보대출 비중은 54%로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1999년말 43% 대비 11%포인트(p) 증가했다. 같은기간 보증대출 비중 역시 13.5%에서 18.9%로 5.4%p 늘어났다. 담보와 보증을 합친 비(非)신용대출 비중은 56.6%에서 73.0%로 16.4%p 불어났다. 반면 역으로 신용대출 비중은 43.4%에서 27%로 16.4%p, 비율로 치면 38% 줄어들었다.

은행이 대출할 때 담보와 보증을 활용하는 것은 중소기업이나 서민의 불충분한 신용정보에 따른 신용위험(부도위험)을 보완하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돈 빌리는 사람(차주)의 부도위험을 보완해 그렇지 않으면 자금을 공급할 수 없는 이에까지 돈을 빌려줄 수 있다.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신용대출보다 담보나 보증대출 금리가 싼 이유다.

은행이 담보와 보증에만 의존해 보수적인 여신관행을 고집하면 이를 확보하지 못하는 서민이나 중소기업의 금융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는 돈을 빌리는 사람이나 빌려주는 사람 양쪽 모두에게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연 서민금융진흥원장(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은 금융연구원 재직 시설 발표한 관련 보고서에서 “상당수 금융기관은 차주가 일정 기준을 총족하는 담보를 제공하는 경우 대출심사과정에서 사업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대출해주고 담보 유지관리를 통한 사후관리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 차입자에 대한 무분별한 자금공급이 확대되고 이렇게 자금을 대출받은 중소기업의 성공가능성은 낮아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이 확실한 담보나 보증만 믿고 정착 금융중개기관으로서 해야 할 꼼꼼한 사업성평가나 상환능력에 대한 평가를 게을리 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대쪽 차주 입장에서도 담보나 보증을 통해서만 은행 대출 문턱을 넘으면 자신의 사업타당성을 은행이라는 제3자를 통해 꼼꼼하게 검증받을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문제는 담보 역시 경기변동에 따라 가치가 변한다는 점이다. 집을 담보로 잡는 주택담보대출을 생각하면 쉽다. 한국부동산원 실거래기준으로 1월 서울 아파트 매매실거래가는 1년전에 비해 15.13% 하락했다. 현재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라 부실이 우려돼 금융시장의 최대 뇌관 중 하나로 떠오른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은행의 담보대출은 거의(96% 가량) 주담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 지난해말 은행의 원화대출금 중 담보대출비중이 54%인데, 주담대 비중이 전체대출 중 52%다. 1999년에는 주담대 비중이 36%였지만 16%p 더 불어났다. 은행은 담보인정비율(LTV)과 선순위 담보 설정으로 위험을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은행 스스로 담보와 보증에만 의존하면 한정된 자원을 시장의 가치있는 곳에 할당해야 하는 본연의 자금중개기능을 소홀히 하는 도덕적해이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우리나라 은행들이 지나치게 담보 위주로 대출을 시행하고 있다”며 “금융개혁을 통해 차주 미래 성장가능성이나 과거상환이력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 은행문을 열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신용평가를 정확하기 위해 데이이터의 양과 질을 높이는 한축과 은행권 경쟁 촉진 양 측면에서 취약차주를 지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노희준 (gurazi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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