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 2년 만에 침묵 깬 '찐거래' 속사정 [현장]
소규모 나홀로 아파트 또는 구축 아파트서 거래 이뤄져
"거래 드문 지역 내 거래량 상승과 같은 움직임은 '유의미'"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서초동 일원 단지에서 약 3년 만에 매매가 이뤄졌어요. 중개업소들 사이에서도 반가운 계약 소식에 떠들썩했답니다. 여전히 시장이 침체해 있고 당분간 관망세나 하락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사된 거래는 향후 시장 분위기를 지배할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극심한 거래 가뭄에 시달려온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단지에 단비 같은 거래 성사 소식이 하나둘씩 날아들고 있다. 중개업소들은 작은 변화에 반가운 마음을 보태면서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년만에 거래가 이뤄지게 된 단지들은 '소규모 나홀로' 또는 '구축 아파트'가 키워드로 보인다. 급매물 저가 거래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나타난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보유세 부담이 낮아진 강남권에서 비관적 전망이 잦아든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경기 둔화 등 매수심리 위축 요인이 남아 있어 앞날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매매거래사례로는 '유원서초' 단지가 꼽힌다. 지난해 단 한 건의 실거래도 발생하지 않았으나, 올해 2~3월 두 달간 4건의 계약이 완료됐다. 전용 84.82㎡ 매물 2건이 15억9천만원(8층), 16억5천만원(4층)에 전용 84.97㎡ 매물 2건이 16억5천만원(4층, 5층)에 팔렸다.
두 면적대 매물 모두 2021년 19억원 초·중반대에서 20억원대 초반대에 거래됐다. 단지는 지난 1993년 준공돼 지어진 지 30년이 넘는 대표 강남권 구축단지 중 하나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동일 블록 내에 있는 '삼풍아파트' 역시 지난 1988년 준공한 대표 노후 아파트로 2천390가구 매머드급 규모를 자랑한다. 올해 하반기 정밀안전진단 통과를 목표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희소해진 강남권 재건축 물량에 알짜 입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 단지에서도 최근 잇달아 계약이 성사됐다. 단지의 전용 79.47㎡는 지난 1월 20억4천만원(9층), 지난달 22억원(12층)에 실거래됐다. 동일면적대 매물은 지난해 직거래 1건과 거래 해제된 매물 1건을 제외하고 같은 해 5월 13층 매물이 27억9천만원(13층)에 계약됐다.
반포미도아파트와 맞닿아 있고, 서울회생법원 맞은편에 있는 구축 나홀로아파트 '엠브이아파트'에서도 1년 동안 거래 소식이 없었지만, 올해 실거래가 이뤄졌다. 단지의 전용 83.40㎡는 지난 1월 12억7천500만원(17층), 2월 13억원(16층)에 계약이 완료됐다. 2년 전인 지난 2021년 3월 동일면적대 매물이 14억4천만원(5층)에 팔린 이후 오랜만에 이뤄진 계약이다.
소형면적대로 구성된 '반포두산힐스빌'에서도 올 초 약 1년 6개월 만의 침묵을 깨고 실거래 소식이 전해졌다. 단지의 전용 47.7㎡는 지난 1월 9억원(9층)에 계약됐다. 가장 마지막 거래는 지난 2021년 9월 이뤄졌으며, 동일면적대 매물이 12억8천만원(3층)에 팔렸다. 이 단지 역시 1개 동, 76가구 규모의 소규모 나홀로 아파트다. 지난 2001년 준공됐다.
서초구 서초동 일원 58가구 규모의 나홀로 아파트이자 브랜드 단지인 '롯데캐슬스파'에서는 무려 2년 8개월 만에 실거래가 등록됐다. 단지의 전용 194.51㎡는 이달 1일 19억5천만원(12층)에 계약이 진행됐는데, 동일면적대 기준 신고가에 해당한다. 가장 근래에 거래된 동일면적대 매물은 지난 2020년 8월 거래된 것으로 18억8천만원(3층)에 팔렸다.
실제 최근 리모델링 이슈가 있는 노후 아파트 거래를 중개한 서초동 일원 E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장주들이 아니라 최근엔 소규모 나홀로 구축 아파트나, 리모델링 또는 재건축 이슈가 있는 단지들을 찾는 고객들이 많다"며 "2~3년 전보다 가격이 합리적으로 돌아왔다는 판단이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특히 정비사업 이슈가 있는 단지가 인가"라고 말했다.
인근 또 다른 L부동산 관계자는 "규제도 많이 풀렸고, 금리 부담도 줄어들면서 비교적 진입이 쉬운 강남권 나홀로 단지들이 인기"라며 "브랜드나 단지 규모가 우선순위가 될 수 있지만, 강남권 생활 인프라와 교통, 학군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 더 큰 의미를 두고 비교적 선호도가 낮았던 구축 나홀로 아파트에서 몇 년 만에 실거래 소식을 속속 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는 가격 바닥 인식이 있는 아파트와 지역을 중심으로 반등 거래가 성사되는 등 시장 혼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현시점에서 오랜 침묵을 깨고 이뤄진 거래는 의미가 있는 수준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황유상 경제만랩 연구원은 "그간 부동산 거래가 드물었던 지역의 거래량 상승과 같은 시장의 움직임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며 "움직임에 따라 상승폭이 클 수 있는 강남권의 경우 주요 단지보다 진입장벽이 낮은 소규모 나홀로 아파트 또는 개발 이슈가 있는 구축 단지들의 거래가 조금씩 이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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