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어도 배가 안 불러"…약으로 다이어트 성공할 사람, 미리 안다

이창섭 기자 2023. 4. 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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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바이오 기업, 비만유형 타액 확인 진단제품 출시
GLP-1 작용제 큰 효과 보는 '배고픈 배' 환자 골라내
비싼 약값·부작용 겪기 전 확인…올해말 출시 예정

삭센다와 같은 비만 치료제가 효과 있을지 미리 알 수 있는 진단 제품이 해외에서 출시됐다. 정밀의학 바이오 기업 '페노믹스 사이언스'는 비만 환자를 4가지로 분류하고 이 중에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수용체 계열의 치료제가 잘 듣는 유형을 선별하는 진단법을 개발했다.

해당 유형의 비만 환자는 밥을 먹어도 포만감을 못 느끼는데 이런 환자는 삭센다 등 GLP-1 기반 치료제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오젬픽·위고비 등 각종 비만 치료제가 출시되면서 관련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가운데 환자 진단법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미네소타주 소재의 페노믹스 사이언스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비만 검사 제품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침(타액)을 이용해 비만 환자가 '배고픈 위장' 유형에 속하는지 진단하는 것이다. 이른 바 '배고픈 배' 유형의 환자는 몸이 음식물을 위장 밖으로 너무 빨리 보내기 때문에 식사할 때 포만감을 잘 느끼지 못해 비만이 된다.

회사가 이런 진단법을 개발한 이유는 GLP-1 수용체 기반의 비만 치료제 때문이다. 흔히 '삭센다'로 알려진 제품이 대표적인데 '배고픈 배' 유형의 비만 환자는 이런 치료제에 더 잘 반응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삭센다는 약 10% 안팎의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출시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사용자마다 효과가 천차만별이고 약이 잘 맞지 않은 사람은 메스꺼움, 소화불량, 어지럼증과 같은 부작용을 겪어야 했다. 약값 자체도 비싼 데다가 보험 급여도 적용되지 않아 효과를 보지도 못하고 돈만 낭비하는 환자도 있다.

GLP-1 작용제는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 본래 당뇨병 치료제 성분으로 쓰였다. 이후 소화기관 운동 저하, 식욕 억제 효과가 밝혀지면서 비만 치료제로도 사용됐다. 이런 원리에 따르면, '배고픈 배' 비만 환자는 포만감을 잘 느끼지 못하는 유형이기 때문에 식욕 억제 작용의 GLP-1 치료제에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페노믹스 사이언스는 이 진단 제품으로 비만 환자가 GLP-1 치료제에 효과가 있을지 미리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치료제와 잘 맞지 않는 비만 환자가 불필요하게 비싼 약값을 치르거나, 부작용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게 큰 장점이다. 이 진단 제품은 우선 소수 비만 치료 의사들에게 공급된 뒤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전체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러한 비만 진단법 출시는 현재 GLP-1 치료제의 전 세계적인 인기와 관련 있다.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 등 글로벌 제약사가 '오젬픽'과 '트루리시티', '위고비'와 같은 GLP-1 비만 치료제를 개발해 출시했다. 임상 시험에서 24㎏ 체중 감량 효과로 화제를 모았던 '마운자로'는 당뇨 치료제로 허가받았지만 오프라벨(허가 외 처방)로 비만 환자에게 사용되고 있다.

위고비의 경우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약 13㎏을 감량했다면서 언급해 화제가 됐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위고비 품귀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위고비는 출시 2년 만인 지난해 약 1조1000만원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671% 성장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오는 2028년 위고비가 약 11조원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한다. GLP-1 계열 치료제의 전체 시장 규모는 같은 기간 약 46조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페노믹스 사이언스는 '배고픈 배' 외에도 다른 비만 유형을 감별하는 진단 제품도 개발 중이다. 나머지 3가지 유형의 비만은 '배고픈 뇌', '감정적 허기', '느린 연소'다.

'배고픈 뇌' 유형의 환자는 뇌가 언제 먹는 걸 그만둬야 할지 판단하지 못해 비만이 된다. '감정적 허기' 유형의 환자는 긍정적·부정적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음식을 먹는 비만 유형이다. 회사는 이 두 가지 유형을 판별할 수 있는 진단 제품을 올해 여름쯤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느린 연소'는 섭취하는 칼로리양이 활동량과 신진대사량보다 많아 비만이 되는 유형이다. '느린 연소'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 개의 비만 유형을 판별하는 진단 제품을 각각 올해 안에 선보이겠다는 게 회사 목표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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