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아들 학폭도 문 정부 탓이라는 국힘…‘통계 장난할 때 아냐’
[정순신 아들 학교폭력]
“학교폭력은 문재인 정권 들어선 2017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민주당이 정치 공세를 펼치는 정순신 아들 사건도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났다. 문 정부에서 왜 학폭 사건이 증가했는지 원인에 대한 교육적 사회적 분석이 필요하다.”(5일, 당정협의회,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
5일 학폭 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서는 ‘문재인 정부 책임론’이 등장했다.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을 기점으로 학폭 건수가 급증했다는 통계를 들어, 학폭 문제에 문 정부의 정책적 실패가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정말 그럴까.
피해응답률 안 늘었는데 ‘신고’만 늘었다?
이태규 의원이 언급한 통계는 피해학생의 ‘신고’로 학폭 전담 기구의 ‘심의’가 이뤄진 ‘학폭 심의 건수’(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심의 건수)다. 교육부가 지난달 9일 현안 업무보고를 통해 밝힌 해당 통계를 보면, 2013년 1만7749건→2014년 1만9521건(전년 대비 10.0% 증가)→2015년 1만9968건(2.3%)→2016년 2만3673건(18.4%)→2017년 3만1240건(32.2%)이다. 증가 추세 속에서도 2017년의 증가폭은 이전에 견줘 도드라진다.
심의 건수만 놓고 보면 학교 현장의 학폭 자체가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학폭 피해·가해 경험을 조사하는 ‘학교폭력 실태조사’(실태조사)의 결과는 다르다. 교육부의 연도별 실태조사 ‘피해응답률’ 자료를 보면, 2017년 피해응답률은 0.9%(3만7천명, 419만명 참여)로 2016년(0.9%, 3만9천명, 432만명 참여)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두 통계를 종합해보면, 학교 현장의 학폭 사건 자체가 급증했다기보다 학폭 사건에 대한 ‘신고’가 급증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그렇다면 학폭 ‘신고’가 급증한 2017년, 무슨 일이 있었을까. 특별한 교육정책의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교육계에서 2017년을 학폭의 ‘변곡점’으로 기억하는 이들을 찾기는 어려웠다. 교육부 관계자는 “2017년에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했고, 교육지원청 학폭대책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도 “2017년에 특별한 일은 전혀 생각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구방망이 사건’ ‘부산 여중생 사건’…2017년 학폭 이슈 대중화
교육 정책 바깥으로 눈을 돌려보면, 개연성 있는 사건들을 찾을 수 있다. 2017년 6월 ‘숭의초 사건’이 대중의 공분을 샀다. 유명 배우 및 재벌 회장 손자 등 가해학생 4명이 피해학생 1명을 야구방망이로 때리고 발로 밟는 학폭이 벌어졌는데도 학교가 ‘가해 사실이 없다’는 결론을 낸 사건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이 특별감사에 나서 학폭이 은폐·축소된 사실을 확인하고 교장과 교감 등에 대한 중징계 처분을 학교 법인에 요구하는 등 파장이 컸다. 9월에는 부산에서 중학생 3명이 또래 중학생 1명을 집단으로 폭행해 피투성이로 만든 이른바 ‘부산 여자 중학생 사건’도 있었다. 다른 학교 학생들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학교 내 폭력’을 의미하는 학폭 사건은 아니었지만 학생들 사이의 폭력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는 계기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상우 전 실천교육교사모임 교권보호팀장(경기 금암초 교사)은 “2017년에 유명 배우 아들 사건이나 ‘부산 여중생 사건’ 때문에 학폭 이슈화가 많이 됐다”며 “이런 일이 학폭 민감성에 영향을 줘서 신고가 느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통계적으로 늘었다고 현장의 학폭이 심해지거나 흉포화되는 게 아니다”라며 “일종의 착시현상이므로 통계를 가지고 장난을 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학폭은 한국 사회가 오랜 기간 해결하지 못한 사안으로 보수·진보가 있을 수 없고 여·야가 따로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교육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지혜를 모을 때이지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삼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 학폭 이슈는 ‘언어폭력’ 증가
2017년(3만1240건)으로 처음 3만 건대를 기록한 학폭 심의 건수는 2018년(3만2632건), 2019년(3만1130건)으로 3년 동안 3만 건대를 유지하다 코로나19 감염병이 확산된 2020년 8357건으로 대폭 줄었다. ‘코로나 변수’ 외에 2019년 9월 도입된 ‘학교장 자체해결제’(경미한 사건의 경우 학폭 심의를 하지 않고 학교 내에서 해결)도 최근 학폭 감소 추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신체폭력이 감소하고 언어폭력이 증가하는 학폭 유형의 변화도 주목된다. 교육지원청 학폭대책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과거에는 신체폭력만을 학폭으로 인식했지만 최근 들어선 언어폭력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도별 학교폭력 유형 비율을 보면, 2013년에는 신체폭력이 66.9%로 학교폭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점차 줄어 2022년(1학기) 35.7%까지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반면 언어폭력은 2013년 5.5%에서 2022년(1학기) 26.6%로 4.8배 늘었다. 정순신 변호사 아들 역시 피해자에게 모멸감을 주는 언어폭력을 반복적으로 행사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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