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초등학생 백분위 성적, 부작용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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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육청의 '학생성장진단평가'가 논란이다.
학생의 '성장'을 위해 '진단'을 하려는 게 뭐가 문제냐고 되물을 수 있다.
선진국 클럽이라고 할 수 있는 OECD 국가 중 어느 나라도, 초등학생을 전수 평가해서 등수나 다름없는 학생의 상대적 위치를 제공하는 나라는 없다.
초등학생은 발달 단계에 있어 '누구나 잘할 수 있다'는 믿음과 흥미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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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육청의 ‘학생성장진단평가’가 논란이다. 학생의 ‘성장’을 위해 ‘진단’을 하려는 게 뭐가 문제냐고 되물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신경호 교육감이 추진하려는 평가는 초등학생 경쟁 내몰기로 비난받았던 13년 전 ‘일제고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가장 퇴행적인 조치는 초등학생 4학년부터 ‘도내 동학년 백분위 성적’을 산출해서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래프 상에 상대적 위치만 보여주겠다고 입장을 바꿨지만 바탕의 철학은 대동소이하다. 선진국 클럽이라고 할 수 있는 OECD 국가 중 어느 나라도, 초등학생을 전수 평가해서 등수나 다름없는 학생의 상대적 위치를 제공하는 나라는 없다. ‘너는 상위 10%야’, ‘너는 하위 20%야’ 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술적으로 힘들어서가 아니라 부작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시험은 첫째, 경쟁 심화와 학생들의 자존감 하락을 불러온다. 초등학생은 발달 단계에 있어 ‘누구나 잘할 수 있다’는 믿음과 흥미가 중요하다. 하지만 노력한 만큼 상대적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느끼는 열패감은 학습동기보다 배움의 포기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또한 많은 학생이 친구와 비교당하는 스트레스로 학습에 대한 흥미가 반감될 것이다.
둘째, 수업을 왜곡시킨다. 현재 신 교육감이 보려는 선다형 객관식 시험은 기초지식을 측정하는 진단 평가로서는 의미가 있지만, 등수를 매기는 순간 학교와 학부모의 관심이 쏠리면서 중요하고 민감해진다. 즉, 그 시험을 잘 보는 것이 수업의 목적이 된다. 과거의 단순 문제풀이 수업이 부활할 것이고, 창의력을 키우는 다양한 수업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셋째, 사교육비 증가를 부추긴다. 아직 어린 학생들은 또래 사이에서 발달 격차가 크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는 학습이 조금 더딜 수 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백분위 등수 공개에 따른 학부모들의 불안감 증가는 옆자리 친구보다 더 잘하기 위한 사교육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적절한 진단평가를 통해 학생의 학업을 지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아주 섬세하게 잘 운영해야 한다. 사실 요즘 학생들이 공부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회경제적 요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특히 취약계층 가정의 자녀 중에서 학습 포기 현상이 많이 일어난다.
최근 OECD에서 주관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은 문해력의 급격한 하락을 겪는 나라로 지목되었다. 우려스러운 점은, 문해력이 뛰어난 상위권은 일정 비율을 유지하는데, 하위권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취약계층 자녀들이 문해능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모든 학습에 연쇄적으로 부작용을 미치고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잃어버린 학습의 연결고리를 찾아 채워주면서, 언어 발달의 결정적 시기에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하는 교육에 공을 들여야 한다. 더불어 등수 매기기에 앞서 ‘공부는 재미있는 활동’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경제적 취약계층이 많고 사교육 대체재가 부족한 강원도에서는 공교육이 희망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신 교육감의 일제고사는 이러한 공교육 방향과 충돌한다. 문해력이 부족한 취약계층의 아이들을 하위권으로 낙인찍고, 단편적인 문제 풀이 수업을 늘려 고차원적인 사고 발달 기회와 학습의 흥미를 빼앗아 갈 것이다.
지난 교육감 선거 TV토론에서 당시 신경호 후보에게 여러 의혹과 질문이 쏟아졌다. 특히 일제고사식 평가에 대해서 질문하자, 당시 신경호 후보는 “학생들을 줄 세우지 않겠다”라고 답변했다. 잠깐의 소나기를 피하기 위한 즉흥적 답변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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