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 좋아진다" 마셨더니 '마약 음료'... 수험생들에까지 손 뻗친 마약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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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붕붕드링크'라는 이름의 음료가 크게 유행했다.
5일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마약 성분이 든 음료를 학생들에게 권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일당은 2명씩 2개 조로 나눠 3일 오후 강남구 대치동과 강남구청역 일대에서 마약 성분이 든 음료수를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권한 혐의를 받는다.
일부 학생이 음료수를 마시자 "구매 의향을 파악하고 싶다"며 부모 전화번호를 알아낸 다음, "돈을 내놓지 않으면 자녀의 마약 복용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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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에게 "돈 안 주면 신고" 협박도
마약 유통 급증하면서 타깃 다양해져
10여 년 전 ‘붕붕드링크’라는 이름의 음료가 크게 유행했다. 당시 에너지음료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에너지 드링크에 자양강장제 등을 섞어 마시면 각성 효과에 좋다는 입소문이 퍼졌다. 카페인 과다 섭취 등 부작용을 경고하는 목소리에도 잠이 부족한 수험생이나 취업준비생들에게는 ‘묘약’으로 각광받았다. 건강을 해칠 우려는 있었지만, 범죄로 치부할 정도는 아니었다.
재료가 ‘마약’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5일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마약 성분이 든 음료를 학생들에게 권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에 좋다”며 피해자들을 꾀었다. 부모들에게는 마약 신고를 미끼로 금품을 요구하는 협박도 일삼았다. 최근 마약류 유입 및 유통이 급증하면서 공부와 시간에 쫓기는 청소년들의 절박한 심리까지 마약 범죄의 먹잇감이 된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공부 잘 되는 약' 둔갑한 마약 드링크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새벽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여성 A(49)씨를 검거했다. 같은 혐의를 받는 또 다른 피의자 40대 남성 B씨는 오전 경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받고 있다. 경찰은 용의선상에 오른 나머지 2명도 추적 중이다.
일당은 2명씩 2개 조로 나눠 3일 오후 강남구 대치동과 강남구청역 일대에서 마약 성분이 든 음료수를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권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등은 학생들이 하교하고 학원에 가는 오후 5시 이후 늦은 시간을 집중적으로 노려 “기억력 상승,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 시음 행사 중”이라고 홍보했다.
일부 학생이 음료수를 마시자 “구매 의향을 파악하고 싶다”며 부모 전화번호를 알아낸 다음, “돈을 내놓지 않으면 자녀의 마약 복용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6명의 피해 신고가 접수(낮 12시 기준)됐는데, 부모들이 경찰에 신고해 금전적 피해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피해 학생들을 상대로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를 진행해 마약류 양성 반응을 확인했다. 학생들은 음료수를 마신 뒤 어지러웠지만 건강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 절박한 심리 악용... "속을 만해"
일당은 마약 음료를 어린 학생들이 혹할 수밖에 없는 ‘공부가 잘 되는 약’으로 포장했다. 음료수 병에는 ‘기억력 상승ㆍ집중력 강화’ ‘메가 ADHD’라는 라벨을 붙였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약에 쓰이는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이 든 것처럼 속였다. 메틸페니데이트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의사 처방이 있어야 하지만, 집중력 향상에 좋다고 알려져 학생들 사이에서 한때 몰래 사 먹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이 포함된 급여의약품 처방 인원은 2017년 3만7,308명에서 2021년 7만9,037명으로 2배 넘게 늘었다. 보건당국이 단속에 나설 만큼 불법 판매ㆍ광고도 기승을 부렸다. 대치동 소재 수학학원 원장 김모(51)씨는 “많은 학생들이 집중력에 좋다는 ‘대치동 영양제’나 고카페인 음료를 먹는데 이런 심리를 파고든 것 같다”고 혀를 찼다.
대치동 학원가는 공포에 휩싸였다. 재수생 장모(18)군은 “얼마 전 3월 모평(전국연합학력평가)을 치르고 체력적ㆍ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라 기능성 식품을 많이들 챙겨 먹는다”며 “판촉 행사에 충분히 속아 넘어갈 만하다”고 말했다. 고3 학부모 최은주(51)씨는 “아이들이 마약 범죄의 대상이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느냐. 가슴이 다 떨린다”고 했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코올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몰랐더라도 마약 성분이 포함된 음료수를 반복 섭취했다면 환각ㆍ환청 증세가 나타나고 중독됐을 것”이라며 “음료 제조와 유통을 지시한 윗선은 없는지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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