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막음 3건, 회삿돈 주고 34차례 문서 조작… 트럼프 “나는 무죄”

뉴욕/정시행 특파원 2023. 4. 6.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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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뉴스Q] 검찰의 공소장·사실진술서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용 돈을 3명에게 지급한 것과 관련한 34개 혐의에 대한 기소인부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4일(현지 시각)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수갑도 차지 않고 머그샷도 찍지 않았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 시각)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 출석해 기소인부(기소 이유를 말해 주고 피고인이 유죄·무죄인지 답변하게 하는 것) 절차를 밟았다. 지난달 30일 맨해튼 대배심이 트럼프 기소를 결정한 지 닷새 만이다. 전·현직 통틀어 미국 대통령이 검찰에 최초로 기소된 역사적 사건을 두고 법원 앞은 취재진과 찬반 시위대가 몰려 큰 혼잡을 빚었다.

트럼프의 출석만큼 이목이 쏠린 것은 이날 처음 공개된 뉴욕 검찰의 공소장이었다. 그동안 제기된 수많은 의혹 가운데 뉴욕 검찰이 적용한 구체적 혐의는 무엇이고 검찰이 이를 중범죄로 발전시킬 논리는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공개된 공소장에 따르면 맨해튼 지검은 세 명에 대한 입막음용 돈을 지급한 사건을 인용했고 총 34개 혐의를 적용했다. 트럼프는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하고서 플로리다주의 거주지로 돌아갔다. 트럼프 기소 및 공소장과 관련한 복잡한 사실관계를 5문답으로 풀었다.

Q1. 맨해튼 지검이 이날 공개한 문서는 무엇인가

공소장과 사실 진술서(statement of facts)라는 문서 둘이다. 공소장(15쪽)엔 트럼프의 행위에 대한 혐의가 적혔고 전후 관계 및 기소의 논리, 앞으로 재판에서 적용될 가능성이 큰 추가 혐의는 사실 진술서(14쪽)에 담겼다. 공소장에 따르면 트럼프는 뉴욕 형법 제175조에 따른 기업 문서 조작 혐의를 받는다. 트럼프가 자신의 변호사 겸 ‘해결사’였던 마이클 코언을 통해 과거 관계를 맺은 성인물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입막음용으로 13만달러를 사실상 회삿돈으로 주는 과정에 이를 회사(트럼프재단) 장부 등에 ‘법률 자문료’라고 허위로 기재한 사실이 담겼다. 검찰은 문서 조작 34번에 대해, 조작 한 건을 하나의 혐의로 보았다. 모든 혐의엔 ‘E급 중범죄(Class E Felony)’를 적용했다. 중범죄 중에 가장 낮은 등급이다.

Q2. 고작 문서 조작으로 전 대통령을 기소한 건가

공소장엔 트럼프의 2016년 행위 자체에 대한 기술적 혐의만 적었다. 보다 큰 혐의와 함의는 사실 진술서에 담겼다. 사실 진술서는 검찰이 재판에서 공개할 수 있는 증거를 뒷받침하는 문서를 의미한다.(한국은 보통 이런 내용을 공소장에 한꺼번에 담는다.) 사실 진술서엔 대니얼스 외에 트럼프가 자신의 사생활 관련 입막음 돈을 준 인물이 두 명 더 나온다. 트럼프와 1년간 혼외정사를 했다는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 캐런 맥두걸(52), ‘트럼프에게 혼외자가 있다’는 내용을 폭로하려 했던 트럼프타워 도어맨(디노 사주딘) 등이다. 트럼프 친구가 운영하는 타블로이드 신문 내셔널인콰이어러가 맥두걸에게 15만달러(약 1억9000만원)를 주고 독점 보도권을 산 뒤 보도하지 않은 일명 ‘취재 후 죽이기(catch and kill)’ 방식으로 입막음했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아울러 도어맨에게도 같은 잡지를 통해 3만달러(약 4000만원)를 주어 입막음을 시도했는데, 후일 혼외자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피고인석의 트럼프 - 4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오른쪽에서 셋째) 전 미국 대통령이 기소인부 절차를 위해 출석한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변호사들과 함께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트럼프는 이날 법정에서 검찰이 기소한 34개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를 주장한 것 이외에는 침묵을 지켰다. 그는 이날 저녁 플로리다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나라에서 여태 본 적이 없는 규모의 엄청난 선거 개입”이라며 맨해튼 검찰 등을 비판했다. /AFP 연합뉴스

Q3. 돈을 받고 침묵하기로 계약할 수도 있지 않나

입막음 돈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검찰은 이 돈을 거래하는 과정에 트럼프와 코언이 트럼프재단 등의 장부를 조작하고 유령 회사를 설립하는 등 경제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대부분의 혐의는 트럼프의 최측근이었다가 후일 배신한 코언의 녹음 파일과 증언을 토대로 했다. 녹음 내용은 사실 진술서에 적나라하게 적혀 있다. 예를 들어 대선 두 달 전인 2016년 9월 녹음한 파일엔 트럼프가 “(맥두걸에게) 얼마나 주면 돼? 15만이면 돼?”라고 했다는 등의 대화가 오갔고, 이후 코언이 유령 회사를 세워 맥두걸에게 수표로 돈을 지급한 과정 등이 담겼다. 이 유령 회사 이름은 ‘해결(Resolution) 컨설팅’이었다고 한다.

검찰은 이런 수많은 사실을 엮어서, 트럼프가 대선을 자신의 유리한 방식으로 끌어가기 위한 조작과 기만을 저질렀다는 논리를 풀어간다. 34개 혐의가 적시한 기업 문서 조작이 유권자를 속여 대선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가기 위한 작업이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트럼프에겐 문서 조작보다 훨씬 큰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여지가 생긴다. 사실 진술서에 적힌 문구다. “피의자는 2015~2017년 다른 이들과 공모해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를 찾아내 보도를 막음으로써 2016년 대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는 일련의 책략을 꾸몄다.”

Q4. 트럼프가 수갑 찬 모습이나 머그샷(피고인 사진)은 왜 안 보이나

검찰은 트럼프의 머그샷과 수갑을 생략하고 지문만 찍었다. 수갑은 트럼프만큼 유명한 인물이 도주하거나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제외했다. 머그샷은 동명이인을 구별하고 용의자가 추가 범죄를 저지를 수 없도록 신상을 공개하려 찍는데, 트럼프에겐 이 역시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검찰은 트럼프가 모욕당하는 모습이 유포될 경우 그 지지층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Q5. 재판이 2024년 미 대선에 영향을 끼칠까

법원은 오는 12월 4일 첫 공판을 열어 검찰과 트럼프 변호팀의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실제 재판은 내년 초에나 잡힐 것으로 보이며, 이는 2024년 공화당 대선 경선과 동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1심 결과는 이르면 11월 대선 전에 나올 전망이다. 혐의의 일부가 무죄로 나오거나 벌금 정도의 가벼운 형량이 나올 경우 검찰과 민주당에 역풍이 불 수 있다. 다만 미 언론들은 트럼프가 대선서 다른 정치·정책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혼외정사 추문만 계속 화제가 될 경우 중도층이 외면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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