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유동규에 ‘1억 줄테니 증언 잘해달라’ 회유”

검찰 “작년 12월, 올 1월 두차례… 金, 곽상도 아들 증언연습 시켜”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5일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가 작년 12월과 올해 1월 유동규(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씨에게 ‘1억원을 주겠다. 증언을 잘해달라’며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 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만배씨에 대한 보석 심문에서 “김씨가 증거인멸 시도를 계속했기 때문에 보석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와 유씨는 대장동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작년 10~11월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그런데 작년 12월 초 재판 중 점심 시간에 김씨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손바닥에 적어 유씨에게 알려줬다고 한다. 이후 통화에서 김씨가 “경기 의왕에 있는 저수지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유씨가 거절했다는 것이다.

김씨가 작년 12월 14일 ‘자해 소동’을 벌여 재판이 중단되면서 유씨와 연락이 이뤄지지 않았고, 두 사람은 올해 1월 재개된 재판에서 다시 만났다고 한다. 이때도 재판이 끝난 뒤 김씨가 통화에서 “너(유씨) 형편이 어려우니 1억원을 주겠다. 법정에서 증언을 잘해달라”고 했지만 유씨가 역시 거절했다는 것이다. 이후 김씨는 올 2월 대장동 범죄 수익 390억원을 은닉한 혐의 등으로 재구속됐다.

검찰은 이날 김만배씨 보석 심문에서 김씨의 다른 증거인멸 정황도 밝혔다. 검찰은 “김씨는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를 통해 작년 7월 20일 증인으로 출석한 곽병채(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씨의 증언 연습을 시켰다”면서 “김씨는 이성문 대표가 증언한 작년 8월 10일과 17일 전후에 그가 ‘제2의 정영학(천화동인 5호 소유주)’이 돼서 진실을 폭로하지 못하게 하려고 퇴직금 25억원을 선이자를 공제하고 지급했다”고 했다. 곽병채씨와 이성문씨는 작년 7~8월 곽 전 의원 뇌물 사건 재판에서 증언했다.

검찰은 또 김씨가 2021년 9월 인테리어 업자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망치로 부순 뒤 불태우게 한 혐의로 추가 기소된 점도 보석 불허 사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김만배씨의 변호인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는 대장동 배임 사건이 아닌 보석이 신청된 이 사건(범죄수익 은닉)에 대해서만 살펴야 한다”며 “범죄수익 은닉은 객관적 증거가 모두 나와 있어 구속 필요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씨는 대장동 배임 혐의로 구속됐다가 작년 11월 석방됐는데, 지난 2월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다시 구속되자 지난달 31일 보석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