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로 미 풍력시장 3배↑…포르투갈 생산도 2배로 늘릴 것"
씨에스윈드의 전신 중산정공이 풍력발전 타워 시장에 첫 발을 디딘 지 20년이 흘렀다. 씨에스윈드가 풍력 발전 불모지 한국에서 전세계 풍력발전 기업들에게 인정받는 풍력 타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엔 시장의 흐름을 앞서 읽은 통찰이 있었다.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이 급속히 진행되는 시점에 에너지 시장의 흐름을 읽어내는 통찰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20년간 글로벌 풍력발전 시장의 최전방에 있었던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은 이런 통찰을 나눠줄 수 있는 최적의 인물로 꼽힌다. 3일(현지시간) 미국 푸에블로 씨에스윈드 미국 법인에서 그를 만나 전세계 에너지·풍력발전 시장 전망에 대해 들었다.
-미국 공장을 두 배로 증설한다. 기존 생산용량도 전세계 타워 생산시설 중 최대인데 이를 더 키운다. 미국 시장에 대한 전망과 증설로 바라는 목표는.
▶씨에스윈드는 시장의 수요가 있으면 거기에 맞춰서 증설을 해왔다. 앞으로 미국 풍력 시장은 IRA(인플레이션감축법)의 AMPC(생산세액공제) 등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활성화로 10년 동안 2~3배 더 커질 거라 전망한다. 이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 선제적으로 투자 결정을 내렸다. 미국 육상풍력 시장은 올해 8GW, 내년 10~12GW로 커지고, 5~6년 내 20GW로 확대될 것으로 본다. 우리는 지난해 약 2200개 섹션(3~4개의 섹션이 하나의 풍력 타워), 즉 약 2200메가와트(MW, 2GW) 정도 전력 공급이 되는 타워를 생산했다. 올해 약 3.3GW, 내년 4.5GW, 3~4년 후 약 10GW 생산을 계획 중이다. 미국 시장이 20GW로 커질 경우 씨에스윈드가 시장의 50%를 담당할 수 있다(현재 약 40%). 매출액의 관점으로 보면, 1MW가 미국 시장에서는 약 16만 달러의 타워 매출에 상응한다. 매년 20~30%씩 생산을 늘려 1만MW(10GW) 정도를 생산하면 미국 시장에서의 연 매출액이 약 16억 달러(약 2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또 IRA로 인해 미국에서 생산된 철강을 가지고 타워를 만들면 MW당 3만달러씩 인센티브가 나온다. 올해 3300MW를 생산하면 AMPC 지원금이 약 1억달러 정도다. 상당히 큰 액수다. 미국의 경우, 영업이익이 매출액의 10%라면, 미국 정부가 AMPC로 지원하는 금액이 매출의 15~20%다. 이 지원금이 회계상 영업이익으로 계상될 지 당기순이익이 될 지는 검토 중이나 이만큼의 액수를 받는 건 확정이 됐다.
-현 미국 공장에서는 육상풍력 타워만 생산한다. 포르투갈 공장에서 미국에 공급하는 해상풍력 타워를 만들지만, 미국 해상풍력 시장을 목표로 한 미국 내 해상풍력 타워 공장 건설도 계획 중인지 궁금하다(해상풍력 타워는 육상용에 비해 규모가 커 별도의 생산시설이 필요).
▶꾸준히 검토 중이다. 뉴저지주나 텍사스주 등에서 2~3년 내 해상 풍력타워 공장 확보를 준비 중이다. 1~2GW 규모로 시작하려고 한다. 다만 미국은 해상풍력도 커지겠지만 현재 80~90%는 육상풍력이다. 넓은 영토 등으로 미국은 육상풍력이 유망하다. 반면 유럽 같은 경우는 해상풍력 시장 중심으로 큰 성장이 기대된다. 재작년 포르투갈 공장을 인수해서 현재 2GW를 공급하고 있는데, 내년 하반기부터는 포르투갈에서도 연 4GW를 공급할 예정이다. 포르투갈의 경우 현재 육상과 해상이 반반인데, 증설 후엔 4분의 3이 해상풍력 타워다.
-전세계 풍력 시장의 변화를 가장 전방에서 느끼실 것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유럽에서 에너지 안보 관련해서 재생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인데, 시장에서 이를 실감하시는 지.
▶큰 변화가 있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기 요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각국이 화석연료 발전에 의존하지 말고 재생에너지로 과감하게 전환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독일은 풍력 발전 인허가를 3~5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는 법안을 최근 만들었다. 화석연료의 원자재 값이 올라가면서 재생에너지가 오히려 전통적인 에너지보다 약 30% 이상 경제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재생에너지 경제성이 높아지자 발전사업자가 굳이 화석연료 쪽으로 갈 이유가 없어졌다. 여기에 탄소가격제 부과로 화석연료 발전이 더 비싸졌다. 예전에는 정부가 보조를 하며 재생에너지 산업을 견인했는데 이제 재생에너지로 가는 게 경제성 확보가 돼 수요·공급에 따라 흘러가는 시장이 됐다.
-한국 시장과 관련, 지난달 초 베스타스와 합작사 설립 계획을 발표하셨다. 아직 국내에는 타워 생산 시설이 없다. 베스타스와의 합작사를 포함해, 한국 내 생산시설 건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 되고 있는지.
▶베스타스와 한국에 터빈 공장을 짓는 것으로 합의 했다. 한국 당국의 인허가 과정이 진행 중이다. 한국 시장도 담당하지만 일본, 대만, 베트남 좀 크게 호주까지 수출 하는 기지로 삼으려 한다. 세 종류의 공장 설립을 계획 중이다. 터빈 공장은 베스타스와 씨에스윈드가 각각 65%, 35%로 합작 하고 타워 공장은 씨에스윈드가 대부분 투자를 한다. 블레이드 공장 건설도 계획 중이다. 현재로는 터빈 공장은 울산에 지을 확률이 높고, 블레이드는 전라남도 쪽, 타워 공장은 군산 쪽에 부지를 확보하고 있다. 다만 착공 시점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2025년 정도 하지 않을까 싶다. 착공하게 된다면 타워, 터빈, 블레이드 모두 1GW 규모로 시작할 듯 하다.
-한국 풍력시장은 누적 발전용량이 아직 저조하다. 잠재력을 어떻게 보시는지. 또 풍력시장 확대를 위해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한다고 보시는지.
▶현재까지는 미비하다. 그러나 지금 신청된 사업 규모를 볼 때 본격적으로 설치 되면 연 2GW 정도가 향후 꾸준히 설치 되지 않을까 전망한다. 유럽은 1년 내 사업에 착공할 수 있게끔 허가를 내주는 법안이 만들어졌는데, 우리 국회에서 이런 부분을 좀 개선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또 어민들이 사업에 참여를 하는 등 해상풍력발전 사업에 어민, 정부, 사업자가 하나가 되는 방법을 고민했으면 좋겠다.
-풍력, 특히 해상 풍력 같은 경우는 여러 제조업 분야가 공급망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지역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 같다.
▶풍력 터빈은 기계공업의 꽃이다. 터빈 하나에 수천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터빈공장이 한국에 들어오면 많은 중소, 중견기업들이 여기에 공급할 수 있다. 한국에서 공급할 수 있게끔 되면 또 세계 풍력 시장으로 나갈 수 있다. 한국에 이런 좋은 공급망이 구축이 되면 수 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덴마크다. 덴마크는 옛날에 조선업이 발달했다가 경쟁력을 잃었는데 풍력산업으로 전환 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풍력 국가가 됐다.
-터빈사는 기술·품질에 대한 눈높이가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다. 베스타스·지멘스가메사·GE 등 글로벌 터빈3사에 타워를 공급한다. 터빈 시장에서 씨에스윈드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지난 20년간 터빈사와의 관계 구축 등을 어떤 식으로 해 왔는지.
▶ 일단 품질이다. 제조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품질이다. 해상 풍력타워는 타워 중량만 약 1000 톤이다. 그 위에 600~700톤짜리 블레이드와 터빈 부품을 얹는다. 중국, 스웨덴, 미국 등에서 타워가 쓰러지는 경우가 발생했다. 우리는 20년간 그런 적이 한번도 없었다. 터빈사들 입장에서 믿을 만한 기업과 같이 가지 않으면 자신들의 사업에 큰 차질이 생긴다. 두번째는 생산성이다. 포르투갈의 공장이 생산성을 끌어 올린 게 대표적이다. 씨에스윈드가 이 포르투갈 공장을 인수할 때 200만유로 적자가 나던 곳이었다. 직원 교육 등으로 생산성을 높여 연 영업이익이 1600만유로까지 커졌다. 여기에 원가 경쟁력이 높다. 이 세 가지(품질관리, 생산성, 원가 경쟁력)를 확보한 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원인이었다고 본다.
-씨에스베어링 인수 등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계신다. 타워 외 구체적으로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
▶자회사 씨에스에너지를 통해 태양광·풍력 발전 개발업(디벨로퍼)을 추진하려고 한다. 풍력 타워 건설에 따른 IRA 지원금이 연 최소 1억~2억 달러 들어 올 텐데, 이 자금을 이 분야에 투입하려 한다. 미국 태양광 시장부터 보고 있다. 미국은 풍력 보다 태양광 발전 시장이 2배는 크다. 부지가 풍부해서 태양광이 풍력 대비 경제성도 좋다. 미국은 2035년 발전 부문의 탈탄소화를 추진 중이다. 미국발전 시장 1100GW 중 재생에너지가 약 250GW다. 앞으로 850GW가 더 커진다. 신재생에너지는 효율이 약 30%라 실제 발전용량 설비는 3배가 더 필요하다. 그럼 약 2550GW가 더 생겨야 한다. 이 중 1500GW를 태양광 시장으로 본다.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다. 태양광 발전 개발을 해 본 직원들도 영입했다. (미 풍력타워 공장이 있는) 콜로라도에서 시작하려고 한다.
※김성권 회장은
△2006~ 씨에스윈드 회장, 씨에스윈드 설립(중산정공에서 사명 변경) △1989~2006 중산정공 설립 △1984~1989 아담이스트(사우디아라비아) 설립 △1979~1982 극동건설 △중앙대 무역학과
푸에블로(미국)=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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