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 보와 가뭄지역 멀면 소용없다? 인공 수로로 연결 가능
물 나빠서 못 쓴다? 생활·농업용수로 활용 가능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洑) 해체와 개방 결정이 호남권 가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에 일부 정치권과 환경단체는 “보와 가뭄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일까.
①보는 물 저장하는 ‘그릇’ 역할
전문가들은 “보는 물을 가두는 ‘물그릇’의 역할을 한다”며 “가뭄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다”고 했다. 가뭄 대책을 세울 때는 수량(水量)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보나 댐이 물을 가둬 둔다는 것이다. 문 정부는 보 해체·개방 결정으로 묶어둔 물을 그냥 흘려보냈다.
보가 가뭄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확인됐다. 지난해 6월 금강 공주보는 “농업용수가 부족하다”는 주변 농민들의 요청으로 며칠간 수문을 닫았다. 이후 수위가 사흘 만에 3.7m에서 7.3m로 올라가며 농업용수 부족에 숨통이 트였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강에는 빗물뿐 아니라 생활용수로 썼던 ‘회귀수(回歸水)’ 등도 유입되는데 보가 이 물을 잡아두면 다시 쓸 수 있다”고 했다. 영산강의 경우 승촌보와 죽산보 인근 지역 농민들은 가뭄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두 곳의 보는 취·양수장 30곳과 지하수 관정 6700여 곳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②보와 가뭄 지역 떨어져도 인공 수로로 연결
보와 가뭄 지역이 떨어져 있으면 해갈에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심명필 인하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일단 물그릇에 물을 담아두면 물이 부족한 지역에 도수관이나 수로를 설치해 물을 보낼 수 있다”며 “물은 있는데 멀어서 못 쓴다는 건 통장에 돈이 있는데 은행이 달라서 돈을 못 보낸다는 말과 같다”고 했다. 보의 수위가 올라가면 물이 닿지 않던 상류 지역에도 하천수를 보낼 수 있다.
③“보의 물, 생활·농업용수로 사용 중”
보가 물을 저장해도 수질이 나빠 쓸 수 없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 광주광역시는 최근 식수원이던 섬진강 수계의 물이 부족해지자 4대강 사업이 진행된 영산강에서 하루 3만t의 수돗물 원수를 끌어오고 있다. 수질이 나빴다면 물을 끌어다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일각에선 광주광역시가 물을 당겨오는 곳이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승촌보와 죽산보가 아니라 기존 덕흥보라며 ‘가뭄과 4대강 사업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조원철 연세대 명예교수는 “애초 4대강 사업으로 수계를 정비하지 않았으면 화학비료 등으로 오염된 영산강 물을 이번 가뭄에 끌어다 쓸 수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보의 물은 생활 및 농업용수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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