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매일 건너는 출근길인데 날벼락”
“날벼락이 따로 없네요.”
5일 갑자기 무너져 내린 분당 정자교 붕괴 현장을 바라본 시민들은 불안감을 표출하면서도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고 현장은 다리를 지탱하고 있던 철근이 휘어진 채 앙상하게 드러나 있고, 깨어진 보도블록도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보행로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고, 이정표가 달려 있는 기둥과 철제 난간은 휘어지고 부서진 채로 다리 아래 탄천 변에 흩어져 있었다. 인근 상점들에선 사고 직후 일시적으로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날 수도권에는 비가 10~50㎜ 정도밖에 내리지 않았다.
이날 숨진 A(여·40)씨와 부상한 B(남·28)씨는 사고 당시 정자교 보행로를 서로 반대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고 한다.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정자역에서 느티마을 쪽 미용실로 가던 길이었다. A씨 남동생은 “오늘도 누나는 여느 때처럼 일터로 향하다 사고를 당했다”며 “우리나라에서 다리가 폭삭 내려앉아 이런 일이 벌어질지 누가 생각이나 했겠느냐”고 말했다.
붕괴 직후 현장을 목격한 손우현(26)씨는 “매일 오가는 출근길인데… 너무 충격적이고 무섭다”고 했다. 인근 판교고등학교에 다니는 서유현(16)군은 “매일 아침 8시쯤 정자교를 건너 학교에 간다”며 “정자역 주변에 학원이 많아 오후에는 학생들이 정자교 위를 많이 다닌다”고 했다. 주민 권모(59)씨는 “돌아가신 분은 안타깝지만 사고가 난 것이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 천만다행”이라며 “출퇴근 시간은 다리가 (보행자로) 빽빽해서 큰일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자교가 평소에도 불안해 보였다는 주민들도 있었다. 34년째 정자동에 산다는 조재혁(52)씨는 “이 정도 비에 갑자기 다리가 무너진 건 애초에 시공을 잘못한 게 아니냐”며 “다른 다리로 돌아 건너오는데도 붕괴될까 불안했다”고 말했다.
학원 차량을 몰고 자주 다리를 오갔다는 남형두(61)씨는 “정자교 난간은 눈으로 보기에도 바깥으로 제각각 기울어져 있었다. 보수를 했더라도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고쳤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오토바이 가게를 운영하는 전정식(53)씨는 “평소 다리를 지나는 주민들이 다리가 약간 기울어졌다며 불안해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기완 분당소방서장은 이날 “이전에 다리가 흔들린다거나 불안정해서 불안하다는 등의 위험 신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성남 안에 있는 전체 교량 211개에 대한 전면적인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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