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출범 한 달 보여준 건 설화와 분란뿐 與 지도부
국민의힘 지도부가 연일 부적절한 언행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민생119특위 위원장인 조수진 최고위원은 5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의 대안이라며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을 제안했다. 조 위원은 “여성들은 다이어트 때문에 밥을 잘 먹지 않는 분들이 많다”며 “밥 한 공기 다 비우기에 대해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집권당이 쌀 과잉 생산이라는 우리 농업의 고질에 대한 근본 정책 대신 밥 한 공기 다 먹자는 캠페인을 하자는 데 대해 많은 사람이 실소를 하고 있다. 어떻게 정부가 개인의 식생활까지 이래라 저래라 하나. 이것이 새 여당 지도부의 1호 민생 특위 정책 대안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매년 1조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부어 남아도는 쌀을 전량 매수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을 강행 처리했다. 농업 경쟁력엔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재정 부담만 키워 문재인 정부도 반대했던 법인데 선심으로 농민 표를 얻고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씌우기 위해 정략적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포퓰리즘에 대응하려면 국민이 공감할 실효적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도리어 비웃음 거리를 만들었다. 쌀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하도록 유도하고 쌀값 하락 때 정부가 적기에 대처해 농민들을 안심시키는 정책 대안 하나 제시하지 못하나.
김재원 최고위원은 하루가 멀다 하고 설화를 일으키고 있다. 전당대회 때 “4·3은 김일성 지시”라고 했다가 당의 제지를 받은 태영호 최고위원도 최근 다시 이를 거론하며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집권당 지도부는 피해자 측 정서도 무시해선 안 된다. 김진태 강원지사와 김영환 충북지사는 관내에서 산불이 났는데도 골프 연습을 하거나 술자리에 참석해 구설에 올랐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기현 대표는 목사 문제를 놓고 볼썽사나운 설전을 벌였다. 안 그래도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약속을 어겼다’ ‘말로만 청년 정당’이라는 지적을 받는 여당 지도부가 출범 한 달 동안 보여준 건 설화와 분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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