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천수답’ 시절로 돌아갔나... 보 개방으로 가뭄에 물부족 대란

박상현 기자 2023. 4. 6.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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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만 쳐다봤지만 겨우 50㎜
가뭄 해소엔 시간 더 걸릴 듯
긴 가뭄 끝에 봄비가 내린 5일 전남 함평군 대동면 한 밭에서 농민이 비를 맞으며 밭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단비가 내리자 호남권 농가에선 “만세” “하늘이 도왔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1960~1970년대 하늘만 쳐다보고 농사를 짓던 ‘천수답(天水畓·빗물로만 경작하는 논)’ 시절에나 볼 법한 풍경이 2023년에 재현된 것이다. 이번 호남 가뭄은 50년 만에 최악이다. 1972년 가뭄 때는 제대로 된 댐이나 보가 없어 피해를 줄이지 못했다. 이런 재해를 막으려고 1973년 최초의 다목적댐인 소양강댐을 만들었고, 4대강 사업으로 ‘물 그릇’을 키운 것이다. 2013년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된 이후엔 사실상 대규모 가뭄, 홍수 피해가 없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멀쩡한 4대강 보를 부수려 했고, 보가 가둬 둔 물도 흘려보냈다. 작년 초 최악의 가뭄이 발표됐는데도 보 수문 개방을 강행했다. 이번 가뭄 사태를 천재(天災)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강은 보기 좋은 하천으로 가꿀 필요도 있지만 그에 앞서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홍수와 가뭄 피해를 막을 수 있게 이수(利水)와 치수(治水) 기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자연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다.

중국은 베이징 인근의 물 부족을 해소하려고 1400㎞ 떨어진 양쯔강에서 용수를 끌어오는 대규모 수로 사업을 2014년 완성했다. 현재 베이징 시민의 절반 이상이 양쯔강 물을 마신다. 정부 관계자는 “물 자원 확보를 위해 전 세계가 사투를 벌이고 있다”며 “그런데 문 정부는 물 확보가 아니라 확보한 물을 그냥 버리는 정책을 썼다”고 했다. 치수가 정치에 휘둘리면서 21세기 대한민국에 ‘천수답 시대’가 재현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기상청은 6일까지 호남권 최종 강수량이 50㎜ 안팎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 4월 평년 강수량(107.3㎜)의 절반 정도가 내린 셈이다. 지역 가뭄이 해소되려면 이달 말까지 비가 150㎜ 더 내려야 한다. 그러나 이번 비가 6일 그치면 이달 중순까지 비 예보가 없다. 단비에도 호남권 가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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