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다리 붕괴, 아직도 후진국 체질 못 벗어난 선진 한국
경기 성남시 탄천을 가로지르는 교량인 정자교의 한쪽 보행로가 무너졌다. 차로는 붕괴되지 않았지만 보행로가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그 위를 걷던 시민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1993년 건설된 이 다리는 이용하는 주민들은 물론 차량이 많아 자칫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출근길 성수대교 붕괴로 32명의 목숨을 잃은 게 29년 전 일이다. 그런데 아직도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되풀이된다.
불과 석 달 전에도 서울 도림천을 사이에 두고 지하철 신도림역과 도림동을 잇는 보도 육교가 엿가락처럼 휘어 주저앉았다. 만들어진 지 6년밖에 안 된 다리였다. 이 다리는 사고 한 달 전 이뤄진 정기 점검에서 안전 A등급을 받았다. 이번에 무너진 정자교도 작년 11월 점검에서 ‘양호’ 판정을 받았다. 안전 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정자교는 만든 지 30년 됐지만 다리는 보수·보강만 제대로 하면 대부분 50년 이상 별문제 없이 쓴다고 한다. 사고 현장 사진을 본 전문가들은 공사 기본이 안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 이후 시설물 안전관리 특별법이 제정됐고, 안전관리 기관인 한국시설안전공단(현 국토안전관리원)이 출범했다. 공사 단계부터의 책임감리제도 도입됐다. 그런데도 평택국제대교 상판 4개 연쇄 붕괴, 광주 아파트 공사장 붕괴 사고 등이 이어졌다. 우리 사회엔 안전 불감증과 ‘설마’ 의식, 정해진 공법을 철저히 따르지 않는 적당주의가 아직도 만연해 있다. 그러다 부끄러운 사고가 또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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