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황선우 “팔길이는 좀 짧지만, 더 빨리 돌리면 되죠”
황선우(20·강원도청)의 키는 187cm다. 2년 전 도쿄올림픽에 나갔을 때와 같다. 몸무게만 당시의 72kg에서 5kg쯤 불었다. “(성장은) 멈춘 거 같더라고요. 더 컸으면 싶은데 아쉽죠.”
키는 더 자라지 않을지 몰라도 수영 선수로서 발전은 멈추지 않는다. 황선우는 2년 전 도쿄올림픽 자유형 100m에서 아시아신기록(47초56·준결선)과 역대 아시아 선수 최고 성적(결선 5위)을 냈다. 작년 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에선 한국신기록(1분44초47)으로 2위를 하며 박태환 이후 한국 선수로는 사상 두 번째 세계선수권 경영(競泳) 종목 메달리스트가 됐다.
올해 세계선수권(7월·일본 후쿠오카)과 아시안게임(9월·중국 항저우)을 준비 중인 황선우를 3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올댓스포츠(매니지먼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3개월 뒤 세계선수권에서 루마니아의 다비드 포포비치(19)와 재대결한다. 작년 부다페스트(헝가리) 대회 자유형 200m에선 포포비치에게 1위를 내줬다. 150m까지 대등한 레이스를 펼치다 마지막 50m에서 뒤처졌다. “악바리처럼 따라가려고 했는데, 포포비치가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게 대단했어요.”
황선우에게 ‘포포비치의 강점이 뭐라고 보느냐’고 묻자 ‘DPS(Distance Per Stroke·스트로크당 나아가는 거리)’를 꼽았다. 포포비치(190cm·80kg)는 황선우보다 키가 3cm 클 뿐인데, 양팔을 옆으로 폈을 때 한 손 끝에서 반대쪽까지 윙스팬(205cm)은 12cm가 길다. 팔이 길수록 스트로크를 하면서 추진력을 얻기에 유리하다.
황선우는 “저는 DPS가 짧으니까 팔을 빨리 돌리는 방식으로 보완하면 될 것 같습니다”라고 먼저 얘기했다. “제가 체력이 강하다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하나를 할 때 제대로 합니다”라는 진단에서도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해결책을 찾으려는 특유의 긍정적 성향이 드러났다.
포포비치는 작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 이어 로마 유럽선수권에서도 2관왕(자유형 100m·200m)을 차지했다. 자유형 100m 세계신기록(46초86)이 돋보였다. 13년이나 묵은 종전 기록을 0.05초 앞당겼다. 황선우는 “자유형 100m는 수영의 꽃인데, 어린 나이에 그걸(세계신) 해내다니 멋있는 친구”라며 라이벌을 칭찬했다.
황선우도 포포비치를 이긴 적이 있다. 작년 12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쇼트코스(25m 풀) 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에서 포포비치를 2위로 밀어내고 우승했다. 그는 “예선에서 터치를 잘못해 손가락을 다쳤는데, 결선 때는 몸에서 아드레날린이 나왔는지 아프지 않았어요”라면서 “이번 세계선수권에선 제가 쫓아가는 처지인데, 어떤 측면에선 그게 더 낫습니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 국가대표 선발전 2관왕(자유형 100m·200m)을 한 황선우는 요즘 모교인 서울체고에서 개인 훈련 중이다. ‘후배들이 보고 배우는 게 많겠다’고 하자 “도움을 줄 수 있어 저도 좋아요”라고 했다. 그는 이달 중순 제주 한라배에 출전한 뒤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 들어간다. 만 20번째 생일(5월 21일)도 선수촌에서 맞는다. 황선우는 “별 계획은 없어요. 선수촌에서 (대표팀) 형들이 축하해 주지 않을까요”라며 웃었다.
황선우는 올해 국제 대회를 통해 세계적 스프린터라는 입지를 재확인하고, 내년 올림픽 메달을 겨냥할 계획이다. 2024 파리올림픽까지 예능 프로그램 같은 방송 출연을 자제하고, 여자 친구도 올림픽 이후 여유가 있을 때 사귀어 보기로 했다.
그는 “누구에게나 한 번은 슬럼프가 오는데, 저는 아직 겪은 적이 없어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럴수록 나태해지지 않으려고 하죠”라고 심경을 밝혔다. “운도 따라야 한다”는 올림픽 메달 외에 또 다른 꿈의 목표는 세계기록이다. “당장은 어려울 수 있겠지만, 아시아 기록을 경신해 나가다 보면 근접해 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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