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한전 채권발행 급증… 자금시장 ‘블랙홀’ 우려

이호 기자 2023. 4. 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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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인상이 보류된 가운데 한국전력의 회사채 발행 잔액이 급격하게 불어나고 있다.

가뜩이나 글로벌 은행위기 여파로 불안감이 고조되며 우량 회사채에만 돈이 몰리는 상황에서 올해도 한전채가 투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적자를 메우기 위한 한전의 채권 발행이 이어지면서 한전채 발행 잔액은 이날 기준 총 68조5600억 원으로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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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71% 늘어 발행 잔액 68조
글로벌 은행위기에 우량채권 쏠림
일반기업 자금조달 더 어려워질 듯
“전기료 못 올려 2분기도 발행” 관측
전기요금 인상이 보류된 가운데 한국전력의 회사채 발행 잔액이 급격하게 불어나고 있다. 가뜩이나 글로벌 은행위기 여파로 불안감이 고조되며 우량 회사채에만 돈이 몰리는 상황에서 올해도 한전채가 투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일반 회사채로 가야 할 자금까지 한전채로 쏠려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애를 먹었던 지난해와 같은 현상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적자를 메우기 위한 한전의 채권 발행이 이어지면서 한전채 발행 잔액은 이날 기준 총 68조5600억 원으로 불어났다. 한전채 잔액은 지난해 3월 말 기준 39조6200억 원이었으나 올해 3월 말 기준 68조300억 원으로 무려 71.7% 증가했다. 이는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공사·공단채 423조3419억 원의 16%를 차지한다. 지난해는 1분기 6조8700억 원을 신규 발행한 반면 올해는 같은 기간 벌써 8조100억 원의 채권이 발행됐다. 다행히 아직까지 시장 수요가 충분한 영향으로 한전채 금리는 안정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말 5.7%까지 올랐던 한전채 3년물의 금리는 3% 후반대까지 내려왔다.

한전채 발행량이 다시 늘어나자 일반 회사채 발행사들은 긴장하는 모습이다. 투자자들로서는 신용도가 우수한 한전채가 있다면 굳이 상대적으로 위험한 일반 기업 회사채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한전채로 시장 자금이 몰리면 비우량 회사채는 물론이고 우량 회사채까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이유다.

이미 시장에선 쏠림 현상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 최근 회사채 수요 예측을 진행한 신용등급 A등급의 GS엔텍은 700억 원 모집에 120억 원의 주문만 들어와 발행 목표액을 채우지 못했다. 반면 4일 진행된 한국전력 채권의 회사채 입찰에는 1조 원, 만기가 짧은 전자단기사채(전단채)에는 3조 원에 가까운 자금이 몰렸다. A증권사 채권담당 운용역은 “A등급 이하 채권을 투자기관들이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B증권사 채권담당 운용역은 “한전채의 수급 쏠림 현상은 시장에서 해결할 수 없다”며 “시장의 두려움이 큰 상황에서 우량 채권을 선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전했다.

최근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보류하면서 적자를 메우기 위한 한전의 채권 발행은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에 따라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까지였던 한전채 발행액 한도가 5배까지로 늘었다. 경영위기 해소를 위해 긴급 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승인으로 6배까지 늘릴 수 있다.

단, 한전이 회사채로 자금난을 해결하는 것도 결국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어난 적자로 자본금이 쪼그라들면 발행 한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 추정치를 기존 예상치였던 8조6000억 원에서 12조6000억 원으로 늘려잡은 바 있다. 산업부는 올해 한전 적자가 5조 원 이상 발생할 경우 내년 한전채 발행 잔액이 한도를 넘길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신얼 상상인증권 채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에너지 가격 현실화라는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며 “에너지 가격을 인상하면 물가 상승 압력이 발생하고, 가격을 유지해 물가를 잡고자 한다면 채권 발행 시장의 왜곡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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