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취적인 빨강 독단적인 파랑…色은 알고 있다 오늘의 내 마음
- 무의식의 심리상태 보여주는 ‘색’
- 올블랙 패션 즐겨 입는 요즘 10대
- 관습 거부, 개성을 추구하는 심리
- 컬러 선호로 개인 내면 파악 가능
- 빨노초파보 5가지 성격유형 검사
- 강점·약점 찾아 균형 갖도록 도와
- 병원 정신과 상담보다 낮은 문턱
- 코로나 이후 청소년도 많이 방문
검정색 뿔테, 검정색 셔츠, 검정색 슬랙스, 검정색 신발. 이 모든 걸 갖추면 이른바 ‘올블랙’ 패션이 완성된다. 젊은 세대일수록 이러한 경향은 뚜렷해진다. 호기심이 인다.
‘10대들은 왜 검정색에 열광할까’. 비주얼 전략가 이랑주가 쓴 책 ‘위닝 컬러(WINNING COLOR)’는 나름의 해석을 제시한다. “10대들은 에너지가 넘치지만 아직 자기 스타일이 분명하게 만들어지지 않은 성장기를 겪고 있다. 동시에 검정은 이 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 권위에 도전하고 관습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심리를 대변한다. 검정은 가장 개성적이며 젊음을 상징하는 색이자 유행을 타지 않는 특징이 있다.”
색은 보이는 것 그 이상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의 무의식을 슬그머니 내보인다. 색을 방어기제가 가장 낮은 상담 도구라고 말하는 이유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눈을 감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수많은 색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보이지 않는 대화를 한다.
아침에 하늘색을 보고 날씨를 가늠하며, 기분에 따라 입을 옷 색깔을 선택한다. 나를 둘러싼 다양한 색의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는 없을까. 색으로 심리치료하는 정신 요법 ‘컬러 테라피’를 부산컬러심리교육원 김서현 대표의 설명으로 들여다봤다.
▮ 색은 방어기제 낮아 무의식 표출
여기 테스트지가 있다. 오일병 3개가 나란히 그려져 있는데, 몸체엔 반만 채운 듯 가로줄이 그어져 있고 뚜껑이 달려 있다. 여기에 원하는 색을 ‘자유롭게’ 채워보자. 칠하는 색과 방식은 정해진 바 없다. 마음대로, 자유롭게 채우면 된다.
이 테스트는 색채 심리상담의 첫 번째 단계다. 대부분 외곽선을 따라 좋아하는 색을 채우거나 그 안에서 자유롭게 색을 사용한다. 정형성을 벗어나 외곽선을 무시한 채 색을 입히는 경우도 있다. 듬성듬성 칠하는지, 빽빽하게 칠하는지도 ‘해독’의 요소가 된다. 무의식적으로 사용한 색과 칠한 방식으로 상담자의 심리 상태를 읽어내는 것이다.
김 대표는 “색은 방어기제가 적어서 드러내고 싶지 않은, 무의식적인 심리상태까지 그대로 보여주죠. 색을 칠할 때 손의 힘이나 사용한 색상이 독특한 사람들이 있어요. 이를 토대로 상담의 방향을 잡고 이야기하는 거에요.”
그는 기억에 남는 사례 두 가지를 소개했다. A는 외곽선 안에서 경계 없이 자유롭게 색을 사용하는데 3개의 오일병 모두 검은색이 그 사이로 번지듯 파고들었다. 부부 상담으로 찾은 B는 오일병 도안은 무시한 채 알록달록 무지개색으로 층을 쌓고 그 위엔 하트 무늬를 가득 올렸다. 눈에 띄는 점은 바닥이 온통 검게 깔렸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A는 혼란스럽고 힘든 감정을 색으로 표현했다. 이날 옷차림도 ‘사람들의 시선을 받기 싫다’며 온통 검은색으로 입고 왔다. 상담 과정에서 가정사와 현재 A의 처지를 알게 됐다. A는 당장 건강과 돌봄이 우선이라 판단해 진단비를 안 받는 대신 헬스장 등록증을 찍어 보내고, 상담소를 찾아보라고 얘기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B는 남편과의 결혼 생활이 행복하지만 불안감도 있었다. 부부 문제였기 때문에 함께 두 사람의 감정과 성격을 알아보고 불안감을 해소할 방법은 없는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말했다.
▮ 성격유형별 색상으로 보완점 파악
사람의 성격에 따른 색채심리상담은 컬러성격유형검사(CPTI)를 활용한다. MBTI와 유사한 방식이다. 색채의 상징과 색채의 심리적 특성으로 성격유형을 찾아보는 자기보고식 성격유형검사이며, 50개의 문항에 답하면 빨강 노랑 초록 파랑 보라 등 5가지 색의 각 점수에 따라 성격을 파악한다. CPTI는 인터넷이나 색채심리 상담소를 통해 받아볼 수 있다.
색상별 성격유형을 보면 ▷빨간색은 적극적이고 진취적이지만 충동적이며 자기중심적이고 ▷노란색은 밝고 사교적이지만 비논리적이고 유아적인 경향이 있다. ▷초록색은 모범적이고 책임감 있지만 인색하고 냉담하며 ▷파란색은 안정적이며 신뢰감을 주지만 비사교적이며 독단적인 면을 보인다. ▷보라색은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하지만 깊은 우울감이 현실도피로 드러난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점수가 나온 색이 ‘의식의 색’이고 두 번째로 많은 점수가 나온 색이 ‘무의식의 색’이다. 의식과 무의식이 상황에 따라 교차로 나타나는데, 진단을 통해 강점을 키우고 약점을 보완하도록 방향을 잡는다.
김 대표는 “진로 고민을 하던 대학생이 찾아왔다. 부모님은 공무원이 되기를, 학생은 창의적인 직업을 갖길 원했다. 이 학생의 경우 검사와 상담에서 ‘빨강’의 성격이 강하게 표현됐고, 직업의 성격과 선택 방식 모두 본인의 성격과 배치되는 일이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좀 더 피력하길 권했다”며 상담 사례를 소개했다.
색으로 진단했으니 색을 통한 치료방법도 살펴본다. 색은 시신경을 통해 우리의 뇌로 전달되고,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심리적 변화를 일으킨다. 가령 ‘빨강’이 과잉이라면 숲이나 화분 등 보색인 ‘초록’을 가까이하면서 호흡을 가다듬는다. 초록 기질인 사람과 맞지 않을 땐 빨강과 유사한 오렌지, 보라색 기질의 사람과 가까이 지내면 적절히 강점과 약점의 균형을 찾을 수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진행했던 청소년 상담 사례를 꺼냈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끼고 다니는 아이들의 이야기였다. 그는 “일부 아이들은 맨얼굴이 부끄러워서 마스크를 벗지 못한다. 친한 친구가 있을 때만 마스크를 내리고 밥 먹는다고 했다.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심각한 일이다. 아이들의 불안한 내면이 마스크를 사용하는 기간 동안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심화했다고 본다”며 “색채심리상담은 정신과상담보다 심리적 문턱이 낮다. 불안과 우울이 우려된다면 어려워 말고 색채심리상담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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