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미래] ‘AI 묵시록’ 일곱 개의 봉인
그림 그려주는 AI가 창작자 사이에 화제다. 일하기 쉬워지리라는 말도, 일감을 빼앗기리라는 말도 있다. 그 이상의 변화가 있으리라고 나는 예상한다. 묵시록과 같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오해 마시길. 묵시록이란 세상의 종말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새 세상이 온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다만 그 새로운 천년왕국에 나 같은 옛날 사람의 자리가 있을지?
이미지 생성 AI가 종말의 천사라 치고, 함께 일곱 개의 봉인을 뜯어보자. 첫번째 봉인. 한 시대의 종말은 새로운 세대와 함께 찾아올 터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리는 젊은 사람 말이다. AI 사용하기를 마치 옛날 사람이 종이와 연필 쓰듯 자유로이 다루는 사람들이다.
“한 살이라도 젊은 사람이 유리한 게임 같습니다.” 나의 말에, 젊은 데이터 연구자 ㅅ님은 대답했다.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미 인지도와 브랜드가 있는 기성세대가 유리할 것 같은데요.” 듣고 보니 이 말도 맞다. 옛날 사람이 AI를 익혀 게임에 뛰어드는 상황이, 두번째 봉인을 뜯는 단계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음은 어떻게 될까? 이용자는 늘고 기술은 쉬워진다. 오래지 않아, 원하는 사람 누구나 원하는 그림 무엇이든 AI로 뽑아내는 시대가 올 것이다. 모두가 신기해 하리라. 세번째 봉인을 뜯은 셈이다. “그림 그리는 기술보다 상상력이 중요한 시대가 될 것이다.” 문학을 공부하는 ㅂ님의 의견이다.
그러나 얼마쯤 지난 후, 누구나 그림을 만들어 그림이 귀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그림의 홍수에 염증이 날 것이다. 네번째 봉인이 풀리면 앞서와 반대되는 상황이 펼쳐지리라. 세상은 이미지로 넘쳐날 것이고, 모두들 싫증이 날 터. “보세요. AI로 삼십초 만에 뽑아낸 그림이에요.” 생성된 이미지를 본 사진작가 ㅇ님은 말했다. “신기하네. 하지만 이런 스타일의 이미지는 금방 질려.” 나는 쓰게 웃으며 답했다. “스타일이 문제겠어요? 사람들이 앞으로는 이미지 자체에 질릴 텐데요.”
이 소용돌이 속에 그림 그리는 창작자는 어떻게 될까. 창작으로 돈 벌기 어려운 시대가 온다. 이미지 생산 비용이 낮아지고 이미지 공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산업구조의 변화가 다섯째 봉인이라면, 여섯째 봉인은 창작에 대한 사람들 의식의 변화다. 예술가란 더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게 된다. ‘작가의 실종’이다. 지난 세기 작가주의는 그 흔적마저 지워질 게다.
그런 다음 멋진 신세계가 찾아올 것이다. 작가주의의 종말은 나쁜 일만은 아니다. 창작의 민주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발터 벤야민이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을 쓰며 기대했을 세상이다. 일곱번째 봉인을 뜯을 때 만인은 평등하게 창작을 하리라. 또는 애써 창작 따위는 하지 않으리라. 창작자가 더는 선망의 대상이 아니니.
불덩어리가 하늘에서 떨어지듯 변화는 온다. 전통적 의미의 창작자는 운석 충돌 이후의 공룡처럼 사라질지 모른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변화의 원인은 AI가 아닌 것 같다. AI는 변화의 속도를 재촉할 뿐, 원래 일어날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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