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론/이철희]노동시장, ‘파워시니어’ 시대에 대비해야
이철희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경제학부 교수 2023. 4. 6. 03:01
청년 인력 감소에 파워시니어 필요성 커져
이미 미국, 유럽 고령자 경제활동 증가세
능력에 따른 처우, 고령 친화적 환경 필요하다
이미 미국, 유럽 고령자 경제활동 증가세
능력에 따른 처우, 고령 친화적 환경 필요하다
고령인구 활용을 확대하는 방안은 가장 대표적인 인구변화 대응책의 하나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정책적인 논의에서 노동시장의 여러 부문이나 다양한 인력 유형 사이의 이질성은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인구변화가 가져올 노동시장 충격은 전반적인 노동 부족이 아닌 특정한 일자리의 특정한 인력 부족 문제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므로 실효성 있는 고령인력 정책을 수립하려면 어떠한 노동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것이며 어떤 유형의 고령자들이 이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지를 꼼꼼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장래의 노동시장 변화를 내다보건대 특히 주목할 만한 유형의 고령자는 학력과 직업의 전문성이 높고 건강한 소위 ‘파워시니어’이다. 우선 인구의 질적인 변화와 함께 이들이 전체 고령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의 추계에 따르면 현재 약 10%인 65세 이상 인구의 대졸자 비율은 2040년 33%, 2050년 약 50%로 높아질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빠르게 개선되어 온 사회경제적 환경에서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보냈고, 자기 관리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었던 세대는 과거나 현재의 고령자들보다 건강하고 활동적인 노년기를 보낼 것으로 기대된다.
노동 수요 측면에서는 머지않아 급격하게 감소할 고학력 청년 인력의 빈자리를 채워 줄 수 있는 파워시니어의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다. 현재의 연령별·학력별 경제활동 참가율이 유지되는 경우 35세 미만의 대졸 경제활동인구는 2025년경부터 빠르게 감소하여 2030년대 말에는 현재 수준의 약 70%로 줄어들 것이다. 특히 일자리 질이 높은 일부 업종 및 직종은 고학력 청년 취업자의 급감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 만약 이 부문에서 늘어나는 파워시니어가 젊은 인력의 공백을 메워 준다면 노동 수급 불균형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파워시니어의 노동시장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까? 필자는 두 가지 방향의 노동시장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나이를 따지지 않는(age-blind) 고용·임금제도 도입이다. 개인의 능력이 아닌 나이를 기준으로 기회와 처우가 결정되는 경직적인 노동시장에서는 파워시니어의 생산적인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기 어렵다. 예컨대 생산성과 무관하게 나이만을 기준으로 퇴직과 임금이 결정되는 현재의 정년제 및 임금피크제하에서는 상대적으로 은퇴 준비가 잘되어 있고 노동시장 참여에 요구되는 임금(유보임금) 수준이 높은 파워시니어가 더 강한 은퇴 유인에 직면할 것이다. 나이가 아닌 개인을 보고 기회와 처우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어떤 일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그 정보를 체계화하여 기업의 인사에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고령 친화적인(age-friendly) 노동 조건과 작업 환경 마련이다. 최근 발표된 일련의 국외 연구들은 고령자가 선호하는 일자리 특성으로 높은 자율성과 유연성, 낮은 스트레스와 신체적·인지적 난이도, 재택근무 가능성 등을 제시하였다. 또한 고령자들이 이러한 성격의 일을 하기 위해 상당한 정도의 임금을 포기할 의사가 있음도 보였다.
물론 고령자들 다수가 생계를 위해 질 낮은 일자리를 마다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실정은 선진국의 경우와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고령자들의 경제적 여건과 은퇴 준비 상태가 나아지고 여가와 일의 만족도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 고령 친화적인 방향의 일자리 질 개선 없이 우수한 고령인력을 노동시장에 유인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또한 고령 친화적인 작업환경은 고령인력의 생산성을 높게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외국의 사례에서도 드러나듯이 고령 친화적인 일자리는 여성과 청년들에게도 매력적일 수 있다.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의 경우, 장기적으로 줄곧 감소해 오던 고령자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1990년경을 기점으로 반등하여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주로 파워시니어의 고용 확대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지난 30년 동안 미국의 고령자 노동시장이 나이와 관계없이 능력과 실적에 따라 보상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모하였고, 약 4분의 3의 직종에서 고령친화성지표(age-friendliness index)가 개선되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미래의 고령자는 현재의 고령자와는 다를 것이다. 따라서 노동시장의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무엇을 바꾸어야 장차 베이비붐 이후 세대, 더 나아가 MZ세대가 나이 든 후에도 생산적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될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장래의 노동시장 변화를 내다보건대 특히 주목할 만한 유형의 고령자는 학력과 직업의 전문성이 높고 건강한 소위 ‘파워시니어’이다. 우선 인구의 질적인 변화와 함께 이들이 전체 고령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의 추계에 따르면 현재 약 10%인 65세 이상 인구의 대졸자 비율은 2040년 33%, 2050년 약 50%로 높아질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빠르게 개선되어 온 사회경제적 환경에서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보냈고, 자기 관리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었던 세대는 과거나 현재의 고령자들보다 건강하고 활동적인 노년기를 보낼 것으로 기대된다.
노동 수요 측면에서는 머지않아 급격하게 감소할 고학력 청년 인력의 빈자리를 채워 줄 수 있는 파워시니어의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다. 현재의 연령별·학력별 경제활동 참가율이 유지되는 경우 35세 미만의 대졸 경제활동인구는 2025년경부터 빠르게 감소하여 2030년대 말에는 현재 수준의 약 70%로 줄어들 것이다. 특히 일자리 질이 높은 일부 업종 및 직종은 고학력 청년 취업자의 급감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 만약 이 부문에서 늘어나는 파워시니어가 젊은 인력의 공백을 메워 준다면 노동 수급 불균형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파워시니어의 노동시장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까? 필자는 두 가지 방향의 노동시장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나이를 따지지 않는(age-blind) 고용·임금제도 도입이다. 개인의 능력이 아닌 나이를 기준으로 기회와 처우가 결정되는 경직적인 노동시장에서는 파워시니어의 생산적인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기 어렵다. 예컨대 생산성과 무관하게 나이만을 기준으로 퇴직과 임금이 결정되는 현재의 정년제 및 임금피크제하에서는 상대적으로 은퇴 준비가 잘되어 있고 노동시장 참여에 요구되는 임금(유보임금) 수준이 높은 파워시니어가 더 강한 은퇴 유인에 직면할 것이다. 나이가 아닌 개인을 보고 기회와 처우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어떤 일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그 정보를 체계화하여 기업의 인사에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고령 친화적인(age-friendly) 노동 조건과 작업 환경 마련이다. 최근 발표된 일련의 국외 연구들은 고령자가 선호하는 일자리 특성으로 높은 자율성과 유연성, 낮은 스트레스와 신체적·인지적 난이도, 재택근무 가능성 등을 제시하였다. 또한 고령자들이 이러한 성격의 일을 하기 위해 상당한 정도의 임금을 포기할 의사가 있음도 보였다.
물론 고령자들 다수가 생계를 위해 질 낮은 일자리를 마다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실정은 선진국의 경우와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고령자들의 경제적 여건과 은퇴 준비 상태가 나아지고 여가와 일의 만족도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 고령 친화적인 방향의 일자리 질 개선 없이 우수한 고령인력을 노동시장에 유인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또한 고령 친화적인 작업환경은 고령인력의 생산성을 높게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외국의 사례에서도 드러나듯이 고령 친화적인 일자리는 여성과 청년들에게도 매력적일 수 있다.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의 경우, 장기적으로 줄곧 감소해 오던 고령자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1990년경을 기점으로 반등하여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주로 파워시니어의 고용 확대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지난 30년 동안 미국의 고령자 노동시장이 나이와 관계없이 능력과 실적에 따라 보상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모하였고, 약 4분의 3의 직종에서 고령친화성지표(age-friendliness index)가 개선되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미래의 고령자는 현재의 고령자와는 다를 것이다. 따라서 노동시장의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무엇을 바꾸어야 장차 베이비붐 이후 세대, 더 나아가 MZ세대가 나이 든 후에도 생산적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될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철희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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