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플라자] 다나카 정말 괜찮습니까

강민지 ‘따님이 기가 세요’ 저자 2023. 4. 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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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지명받았습니다” “꼬츠가루를 날려” “머끄방그(먹방)” 어눌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일본 남자. 무시무시한 울프컷 헤어스타일을 하고 시그니처인 명품 티셔츠와 딱 달라붙는 스키니진을 입고 요상한 꽃받침을 하는 남자.

대한민국 인구의 약 81%가 유튜브를 이용하는 유튜브 전성시대. 매일 수십 수만 개의 영상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특히 눈에 띄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일본 호스트바 선수 콘셉트의 ‘다나카’다. 유튜브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그를 모르기가 힘들 정도로 온갖 알고리즘에 따라 많은 이에게 전달된다. 1%의 과장도 없이 2023년 현재 한국에서 가장 핫한 캐릭터임에 틀림없다.

유창한 일본어 실력 탓에 그를 일본인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꽤 있는데 사실은 한국 개그맨 출신 남성이다. 일본인 호스트바 선수 콘셉트를 잡고 내내 상황극을 한다. 한국어가 어눌한 척 ‘꽃가루’라는 단어를 ‘꼬츠가루’라고 발음하며 언어 차이에서 오는 발음으로 외설스러운 농담을 하는 것이 주요 콘텐츠다. 연예인들의 대형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출연하며 점차 열풍이 커져 나갔다. 그는 호스트바 선수가 아버지 대부터 내려오는 가업이라며 농담하고 사람들은 열광한다.

다나카의 인기를 보며 문득 세상이 나를 상대로 트루먼 쇼를 찍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남성을 콘셉트로 잡고 개그를 하고, 사람들이 그 캐릭터에 열광한다는 사실이 만우절 거짓말이 아니고 진짜라니. 사람들은 어디까지 ‘쿨’해지려는 걸까. 다나카를 검색하다 보면 자주 보이는 반응들이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호스트바 문화가 달라서 문제없다’ ‘다나카는 인기가 없어 지명을 받지 못하는 콘셉트라서 괜찮다’. 정말 그럴까? 그저 상황극이라 할지라도 콘셉트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유감스럽게도 그는 콘셉트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의 채널에 실제 일본의 호스트바에서 선수들 사이에 섞여 일명 ‘샴페인콜’을 하는 영상이 올라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해당 캐릭터가 인기를 끄니 다른 대형 유튜브 채널에서도 실제 호스트바에 방문해 일명 가게 넘버 10부터 1까지 모두 등장시키며 호스트바 이용 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영상까지 업로드되는 등 2차 생산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다나카와 함께 아이돌 가수들이 그 콘셉트에 동조하며 함께 영상을 찍고, 그 아이돌을 소비하는 10대, 20대 젊은이들은 아무런 제재 없이 자연스럽게 일본 호스트바 문화를 받아들이게 된다. 마치 재미있는 유행처럼.

실제로 다나카 영상을 보고 호스트바에 다니기 시작한 20대 한국인 여성의 이야기를 소개한 일본 기사를 읽은 적 있다. 해당 여성은 다나카의 영상에 나오는 거리(가부키초·일본 호스트바가 모여있는 지역)에 단순히 호기심이 생겼다고 한다. 반년 전 일본 여행 비자가 풀리자 친구와 함께 일본 여행을 떠났고 자연스럽게 신주쿠에 있는 호스트바에 처음 발을 들였다. 초반에는 호스트바의 비싼 화대를 지불하기 위해 한국에서 몇 달간 아르바이트하고 그 돈을 모아 호스트바에 탕진하기를 반복했고 결국 빚까지 지게 되었다. 그러다 한 호스트에게 아르바이트를 제안받는다. 알고 보니 불법 성매매 아르바이트였지만 한국에서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기에 결국 성매매 업계에 몸을 담게 된다. 그 여성의 선택이 다나카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다나카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일본의 유명 AV 배우도 그와 같은 케이스로 성매매 업계에 발 들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와 호스트바 이용객의 80~90퍼센트가 성매매 업계 종사자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호스트바로 인해 성매매 업계에 빠져버리는 여성들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결국 호스트바도 남성 상대의 성매매 업계와 다름없이 여성을 착취하는 구조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는 무해하게 스며든다. 우리는 어디까지 익숙해질 수 있을까? 미디어에서 성매매 콘텐츠를 계속해서 노출하고 이를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점차 가볍게 만들고, 자아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빠져들기 쉽게 만든다. 그저 연기를 할 뿐인 다나카 본체는 억대 광고를 찍고 예능 대세가 됐다. 그러나 그가 불러온 나비효과의 피해는 어린 청소년과 여성들에게 돌아가기 쉽다.

이 글은 다나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개그맨 본체를 비난하거나 그의 개그를 즐겼던 사람들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 당연히 캐릭터의 유래와 음지 문화에 대해 몰랐을 수 있다. 다만 이 지점에서 희화화되는 음지 문화가 현실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고 그것을 소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미 ‘지명’이라는 룸살롱의 초이스와 다를 것 없는 유구한 성매매 업계 문화가 ‘밈(유행)’화 되어 유행하고 있고 온갖 유튜브 채널들의 섬네일을 뒤덮고 있다. 나는 진심으로 호스트바 방문이 일본 여행 코스가 되어 SNS 인증 행렬을 이루진 않을까 두렵다. 어떤 피해가 생길 수 있을지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그저 개그일 뿐이라고 치부하며 낙관할 수만은 없다. 그의 개그는 분명히 위험한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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