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역사를 바꾸는 의기투합
젊은이의 열정적이고 신선한 의기투합은 때로 그들의 삶뿐만 아니라 한 분야의 역사를 바꾸기도 한다.
1964년 미국의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한 작품에 출연한 제임스 라도와 제롬 라그니는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겠다고 버티다가 학교에서 쫓겨 난 학생의 사연이 실린 신문기사를 보고 함께 위험한 도전을 시도했다. 거리에서 캐스팅 된 히피족 배우들이 반전과 자유를 부르짖으며 무대 위에서 나체로 욕설도 불사하는 뮤지컬을 만든 것이다. 뮤지컬 ‘HAIR’ 이야기다. 게다가 그 뮤지컬을 담는 그릇은 당시로선 획기적인 록 음악이었고 배우 중 3분의 1이 흑인이었다. 보헤미안들의 그 발칙한 상상력은 너무 파격적이어서 자칫 묻혀질 수도 있었는데 혁신적인 공연 프로듀서 조지프 팝이 퍼블릭시어터의 개관작으로 과감히 올려 세계 뮤지컬 역사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생명력을 갖게 된다.
그 뮤지컬 ‘HAIR’는 미국 라마마극단 실험 연극의 대표주자인 톰 호건이 연출로 합류하면서 새로운 운명을 맞게 된다. 1969년 토니상 작품상과 연출상을 받고 브로드웨이 장기 공연에 전 세계를 투어하고 2009년 리바이벌 버전은 토니상 7개 부문 수상에 아카데미 라이선스 건수가 가장 많은 작품 중 하나로 장수하게 된 것이다.
라도와 라그니는 알았을까? 그들의 자유롭고 개척적인 상상력이 뮤지컬 역사에 큰 방점을 찍으리라는 것을.
실험적인 극작가 스티븐 세이터는 얼터너티브 록 싱어송 라이터인 던컨 셰이크에게 뮤지컬을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다. 셰이크는 뮤지컬을 모르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했고 세이터는 그냥 너의 음악을 하라고 했고 셰이크는 인간의 삶을 요동치게 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그래서 탄생한 충격적인 뮤지컬이 ‘스프링 어웨이크닝’이다. 청소년들의 낙태, 동성애, 자살 등을 다룬 소재에서부터 주제를 향한 정면 돌진, 낯설고 창의적인 연출과 안무, 강렬한 록 음악 등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스프링 어웨이크닝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유명한 말을 낳는다.
뮤지컬은 철저한 협업의 산물이다. 한국은 젊은 뮤지컬 창작자들에게 행복한 창작의 산실이다. 신진 창작자들이 팀을 이뤄 도전할 수 있는 정부의 지원 제도와 민간의 지원 사업이 체계적이고 또 많다. 이 지원 사업을 통해 제작된 창작 뮤지컬들이 끊임없이 중국과 일본, 또 대만으로 라이선스 수출되고 있다.
역사는 자유로운 도전으로 기존의 가치를 다르게 탐험하는 창조적인 개척에 의해 끝없이 바뀌어 왔다. 세계적으로 장수할 수 있는 창작뮤지컬을 잉태하는 새로운 창작 협업 파트너들이 더 많아지길, 그리고 그들의 파격적인 창작이 한국 뮤지컬 시장의 지형을 바꾸기를, 또 미래지향적인 시각을 지닌 프로듀서들과 비평가, 정책전문가들이 그 파격성에 힘을 실어주기를.
그래서 이제는 희망이 아니라 확신이 되고 있는 세계 뮤지컬 시장 3위의 역사가 앞당겨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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