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셔터 내린 신축 화물차 주차장... 물류도시의 코미디다
사진 한 장이 다 말해준다(경기일보 5일자 1면). 인천 송도국제도시 9공구의 화물차 전용 주차장 모습이다. 국제도시에 걸맞게 지은 5만㎡급 주차장이 그냥 텅텅 비어 있다. 입구 차단기는 모두 내려가 있고, 무인주차 시스템은 전원조차 꺼져 있다고 한다. 그러나 주차장 바깥 풍경은 판이하다. 진입로 등 주변 도로들에는 집채만 한 화물차들이 잔뜩 불법주차 중이다. 아이러니다. 마치 대궐 같은 집을 놔두고 한뎃잠을 자는 격이다. 입만 열면 공항·항만의 물류도시를 자처하는 인천이다. 그 물류 첨병들이 멀쩡한 주차장을 두고도 잠들 곳을 못찾아 헤매는 물류도시 코미디다.
화물차 전용 주차장은 인천의 해묵은 숙제였다. 지역 물류업계나 경제단체 등의 이런저런 선거 때면 단골 공약이었다. 지역 정치권도 원론적 당위성 정도는 거들었다. 그렇게 수십년이 흐르면서 시민들이 피해를 당하는 지경이 됐다. 지역 언론의 사회면은 단골 기사처럼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심야 주택가 도로, 밤샘 화물차들이 점령’ 등등. 그 사이 물류업계는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했다. 과태료에 시달려도 불법주차를 감수하는 등이다.
목 마른 자가 샘을 판다고, 인천항만공사가 먼저 나섰다. 항만공사는 2021년 인천항국제여객터미널 인근에 부지를 잡아 인천시에 사업계획서를 냈다. 50억원을 들여 5만㎡ 총 402면 규모의 화물차 전용 주차장을 짓는다는 사업이다. 인천시도 군말없이 승인했다. 2020년 인천시가 ‘화물차 주차장 입지 최적지 선정 용역’을 해보니 이곳이 최적지로 나왔기 때문이다.
마침내 지난해 12월 넓고 번듯한 화물차 전용 주차장이 탄생했다. 그러나 인천시는 이제 와서 사용허가를 내주려 하지 않는다. 주민 민원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주민 민원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정 절차가 남아 있다는 이유도 든다. 그러면서 항만공사에 대해 아예 다른 대체부지를 찾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누가 봐도 참으로 궁색하다.
시의 사용허가 반려에 대해 인천항만공사는 이의신청을 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의신청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항만공사는 법적 대응도 고려할 참이라고 한다. 애써 마련한 화물주차장이지만, 인천시는 못 본 척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주차장 문을 열 수 있는 절충점도 없는 것인가. 그렇다고 대체부지는 또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민족자결주의가 있다면 지역자결주의도 있다. 지역사회 문제를 스스로 풀어내지 못한다면 지방자치라 하겠는가. 지하도상가 문제처럼 감사원이나 중앙부처, 권익위 등에 넘길 것인가. 물류는 여전히 인천의 주요 먹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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