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75] ‘청춘’을 노래하는 김창완

장유정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원장·대중음악사학자 2023. 4. 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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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나이가 들어보니 알겠다. 그것이 단순히 숫자만은 아니라는 것을. 어떤 광고에서 그 나이가 되면 인생을 좀 알게 되냐고 묻는 학생에게 중년의 아저씨는 “어데? 피로를 알게 돼”라며 웃기면서도 슬픈 중년의 현실을 알려준다. 나이가 들면서 마음과 다르게 여기저기 이상 신호를 보내오는 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이를 의식하게 된다. 그래서 나이가 많은데도 여러 의미로 청춘인 사람을 만나면 그리도 반가운가 보다.

겨우 이십 대 후반이던 1981년에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이라며 자조적으로 ‘청춘’을 노래하던 김창완이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2023년 1월 진주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공연을 하고 있다. 김창완 밴드의 공연장을 물들인 것은 한마디로 ‘청춘’이었다. 청바지에 티 하나 걸치고 전기 기타를 멘 그는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를 시작으로 ‘아니 벌써’ ‘그대 떠나는 날 비가 오는가’ ‘둘이서’ ‘초야’ ‘회상’ ‘누나야’ 등 스무 곡이 넘는 노래를 오롯이 혼자 소화했다.

기타 연주는 생생하면서도 능수능란했고 카랑카랑하면서도 정직한 목소리는 청년처럼 여전히 힘이 있었다. 그의 음악은 실험성과 대중성을 모두 확보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록을 기반으로 프로그레시브 하거나 사이키델릭 한 사운드를 추구한 음악들은 물론이고 동요, 포크, 발라드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다.

공연장에는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모였다. 어린 학생이 열렬히 환호하는 것을 보면서 세대를 불문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김창완의 노래에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그는 46년의 음악 생활을 하는 동안 팬들이 자신의 청춘을 지켜주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팬들도 고맙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여전히 현역인 그를 보고 우리의 청춘을 추억하며 힘을 얻었을 테니 말이다.

2019년에 ‘청춘’이란 노래를 발표한 가수 임현정은 “꽃으로 된 왕관을 쓰고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빛을 잡으러 달리는 시간이 청춘”이고, “계속 질문하고 방황하고 의문을 품는 끝없는 열정의 시간이 청춘”이라고 부연했다. 사무엘 울만(Samuel Ulman)은 78세 때 쓴 ‘청춘’이라는 시에서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73세의 나이에 첫 산문집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를 출간한 가수 최백호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건강으로 꼽았다. 청춘의 열정도 몸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그러니 이 봄, 청춘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도록 건강을 챙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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