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15%, 스웨덴 -14%… 변동금리 비율 높을수록 집값 폭락
미국발 금리급등 1년… 글로벌 집값 성적표
미국이 작년 3월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서 본격화된 전 세계적인 금리 급등으로 글로벌 주택 시장이 냉각되고 있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으려는 초저금리 정책으로 ‘버블 논쟁’이 벌어질 정도로 치솟던 집값이 눈 깜작할 사이에 폭락세로 전환한 국가도 있다. 스웨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한국 등은 연간 10% 전후의 폭락을 기록했다. 뉴질랜드, 캐나다, 스웨덴은 블룸버그통신이 2021년 6월 집값 상승률, 소득 대비 집값 비율 등을 조사해 발표한 글로벌 주택 버블 순위 1~3위 국가였다.
금리 인상 진원지인 미국은 전년 동기 대비 0.2%의 소폭 조정에 그쳤다. 영국, 독일 등도 5% 전후의 하락 폭을 보였다. 금리를 내린 튀르키예는 사상 유례없는 집값 폭등세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유가와 곡물 가격 폭등으로 나타난 초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 글로벌 금리 인상이 집값에 준 충격이 국가별로 다른 이유는 뭘까?
◇변동 금리 의존도 높은 폭락 국가
연간 하락률이 10%가 넘는 집값 폭락 국가는 캐나다(-15.8%), 스웨덴(-14%), 뉴질랜드(-13.9%) 등이다. 집값 비싸기로 악명 높은 홍콩도 작년 집값이 15.6% 폭락했다. 한국은 한국부동산원의 실거래가 공동주택 가격 변동률(1월 기준)이 –14.5%다.
집값 폭락 국가들은 주택담보대출이 대부분 변동 금리이고 가계 부채 비율이 높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집값 더 하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보고서에서 집값 하락 폭이 큰 국가들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의 변동 금리 비율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105.8%), 캐나다(106.9%), 뉴질랜드(98.1%), 홍콩(94.8%), 스웨덴(92.7%)은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OECD 상위권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 전세 보증금(1058조원)을 포함할 경우, 가계 부채 비율이 156.8%로 OECD 1위이며 주택담보대출의 변동 금리 비율이 76%나 된다”고 밝혔다. 최민섭 호서대학교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가계 부채 비율이 높고 고정 금리보다 변동 금리 비율이 높은 나라는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 급매물이 급증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고 이는 곧 집값 급락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소폭 조정에 그친 미국과 영국
금리 폭등 진원지인 미국은 오히려 소폭 조정에 그쳤다. 미국은 기준 금리가 1년 사이에 0.25%에서 5%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8%에서 한때 7%대까지 치솟았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가 발표한 2월 미국 기존 주택 중위 가격은 36만3000달러로 1년 전보다 0.2% 하락하는 데 그쳤다. 미국도 2021년에만 19% 폭등하는 등 집값에 버블이 끼여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금리 인상 충격에도 집값이 소폭 조정에 그친 이유는 뭘까. 우선 모기지의 90% 이상이 30년 고정 금리이다. 금리 인상에도 대출받아 집을 산 구입자들의 이자 부담이 늘지 않는다. 금리 인상으로 신규 수요는 줄지만,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급매물을 내놓지는 않는 이유다.
미국은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도 리먼 쇼크 당시 100%보다 훨씬 낮은 70% 정도다. 집값이 소폭 하락하는 데 그친 영국, 프랑스, 독일 등도 가계 부채 비율이 낮고 주택담보대출의 고정 금리 비율이 높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가별 고점 대비 하락률을 예측했다. 뉴질랜드(-19%), 캐나다(19%), 스웨덴(17%) 등 가계 부채가 많은 국가들은 폭락하는 반면 가계 부채가 적은 프랑스(-4%), 미국(-5%)은 소폭 하락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 인하 튀르키예 폭등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속에서도 튀르키예는 2022년 8월 14%였던 기준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다. 올해 선거를 앞두고 경기 부양을 하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요구 탓이다. 현재 기준 금리가 8.5%까지 내렸다. 거꾸로 금리 정책으로 화폐 가치가 폭락하면서 자본 유출과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작년 10월 물가 상승률이 85%까지 치솟았다. 화폐가치가 폭락하자 실물 자산 선호 심리가 폭발, 주택 투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연간 집값 상승률이 153%에 달했다. 러시아 등 주변 국가의 부유층 이주 수요까지 몰려 집값 폭등을 가속화했다.
1990년대 고령화와 저성장으로 부동산 버블이 붕괴했던 일본도 집값이 급등했다. 일본은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0.1%인 기준 금리를 유지했다. 주택 가격이 연간 8.99% 급등했다. 일본의 작년 토지 기준지가(7월 1일 기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주택지 가격도 31년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싱가포르는 금리가 치솟았지만, 주택 공급 부족과 중국인 부유층의 이주 수요가 크게 늘어 연간 8.64% 올랐다.
[캐나다·호주, 이민자 급증에 집값 반등 기대감]
집값 하락에도 임대료는 급등… 글로벌 집값 2월 소폭 반등
최근 한국에서 급매물이 거래되면서 일부 지역 집값이 오르자 집값 반등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집값 반등론이 나오는 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미국도 2월 통계에서 거래량이 전달 대비 14.5% 급증했다. 집값이 폭락했던 스웨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도 2월 통계에서 전달 대비 소폭 상승했다. 과다 낙폭에 따른 일시적인 반등이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바닥을 찍고 상승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낙관론도 나온다. 특히 캐나다와 호주는 코로나 종식에 따른 유학생 증가와 경기 부양을 위한 적극적인 이민 정책 덕분에 조기 반등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캐나다는 지난해 105만명의 인구가 증가, 2.7%의 인구증가율을 기록했다. 한 해 100만명 넘게 인구가 늘어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증가한 인구의 95%가 이민자이다. 호주도 지난해 인구가 사상 최고치인 48만명 늘어났다. 40만명 정도가 이민에 의한 증가이다. 두 나라는 고령화로 인한 인력 부족 해소와 경기 부양을 위해 적극적으로 이민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두 나라는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집값이 급락했지만 이민 증가로 임대료는 오히려 10% 이상 치솟고 있다. 이민 증가로 인한 임대료 급등이 집값 하락 완충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금리 인상으로 전세보증금이 급락하는 한국과는 정반대이다. 과거 리먼 쇼크와 남유럽 재정 위기의 여파로 2010~2014년 미국과 유럽의 주택 가격이 급락할 때도 캐나다와 호주는 이민 수요로 다른 나라에 비해 소폭 하락에 그쳤다. 이민 확대로 인한 집값 급등 우려를 감안해 캐나다는 지난 1월부터 한시적으로 2년간 외국인의 주택 구입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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