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굿바이, MBTI
요즘 들어 MBTI(성격 유형 검사) 유형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곤 한다. 그때마다 나는 ‘잘 모르겠다’고 답한다. 검색창에 ‘MBTI 테스트’라고 입력하면 12분 내외의 무료 검사가 가능한데, 내 경우에는 세 번의 테스트 모두 다른 결과가 나왔다.
테스트 화면 상단에는 두 가지 유의 사항이 기재되어 있다. 질문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정직하게 답변할 것. 답변 시 되도록 중립을 선택하지 말 것. 테스트 결과가 매번 바뀐 건 아무래도 내가 이 두 가지 유의 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인 것 같다.
이 유의 사항은 곱씹을수록 의문이 든다. ‘정직한 마음’이란 대체 무엇일까. 예를 들어, ‘압박감이 심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그렇다’는 쪽에 가깝게 체크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때도 많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평정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는 사람에 가깝다.
중립적인 답을 선택하지 않는 것도 쉽지 않다. 나는 평소 혼자 지내는 시간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일정 기간 이상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외로움을 느낀다. 일이 잘못될까 봐 걱정하다가도, 결국 다 잘될 거라고 터무니없이 낙관하기도 한다. 답하기 애매한 문항에 중립을 선택하지 않으면, ‘정직하게 답변하기’라는 첫 번째 유의 사항을 어기는 셈이 된다.
MBTI가 유행하는 건 새삼스럽지 않다. 혈액형별 성격 유형에 열광하던 때를 떠올리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성격 유형 나누기를 즐기는 것 같다. 네 가지 타입의 혈액형으로 성격을 구분하는 것에 비하면, MBTI는 비교적 세분된 방식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테스트 문항에 끼워 맞추기식 답변을 할 때마다, 어쩐지 불편함을 느낀다. 이 질문과 답이 나라는 사람을 제대로 설명해 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테스트를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스스로를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질문과 답을 떠올리면서, 나 자신을 더욱 정확히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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