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첨단패키징 무한경쟁 시대… ‘절대강자’ 꿈꾼다 [지방기획]
시스템 반도체 수출액 ‘1위’ 도시
항공·물류·경제자유구역 등 강점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가속페달
영종∼송도∼남동∼주안∼부평
후공정 소부장 공급망 거점 구축
송도에 ‘초격차 R&D’ 인력 양성
19조원 생산·부가가치 효과 기대
반도체는 모든 산업에서 두루 쓰인다. 대표적으로 자동차는 대부분 부품이 전장화되며 전자제품이라 불러도 무방할 수준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생산 라인 첨단화에 더해 비용을 대폭 낮추면서 시장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한국 역시 이 대열에 빠르게 합류하고 있다.
5일 인천시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의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첨단패키징 특화단지’ 조성과 관련해 지난 2월 27일 지정 신청서를 공식 제출했다. 산업단지, 항공·물류, 경제자유구역(IFEZ), 해외기업 등 인천만이 보유한 뛰어난 여건을 활용해 영종에서 송도∼남동∼주안∼부평으로 이어지는 후공정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산단 구축과 함께 연구개발(R&D), 인력 양성 등 반도체 산업 생태계 활성화 방안도 포함됐다.
인천에는 세계 2·3위 시스템 반도체 후공정 분야 앵커로 꼽히는 앰코테크놀로지와 스태츠칩팩 그리고 장비업체인 한미반도체 등 1300여곳이 포진해 있다. 인천이 지난해 충남을 제치고 국내 시스템 반도체 수출액 1위 도시로 올라선 것도 이들의 매출 증가로 지역 전체의 수출액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으로 인천은 164억1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40.62% 늘어나 이전까지 전국 1위를 차지했던 충남 146억1000만달러보다 18억원이 많았다.
당장 한국에는 글로벌 반도체 후공정의 10위권 기록이 없다. 패키징 기술은 세계 1위의 기업이 속한 대만과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어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킨다. 시는 이번 특화단지 지정이 전·후공정 융합으로 대만 추월의 기회이자 대한민국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가속화 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결론냈다.
해당 기업과 전문가들은 R&D, 산단과 더불어 인력을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구분한다. 대내외적으로 규모를 키워도 활용할 직원이 없으면 장기적인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패키징 특화 석·박사 및 현장의 구직·재직자 양성 기반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후공정은 만성적인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도체 전공 대학원생은 2017년 136명에서 2020년 100명으로 대폭 줄었고, 고급인재의 해외 유출은 매우 심각하다.
시는 지난해 10월 인하대, 성균관대, 한국공학대 등 국내외 14개 대학과 협력시스템을 마련하고 체계적 양성의 토대를 다졌다. 또 시교육청과 머리를 맞댄다. 직업계고등학교 졸업생들을 관내에 우선 취업시킨 뒤 대학이 맞춤형 기술을 가르치는 ‘선취업 후학습’ 프로그램도 검토한다. 중장기적으로 2027년까지 3만5000명, 2050년까지 21만명의 인력을 길러내고자 한다.
“인천은 경제자유구역과 항공, 물류 등 최고의 비즈니스 환경을 갖춘 곳입니다. 최적 도시이자 가장 큰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도시라고 봅니다.”
유정복(사진) 인천시장은 5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반도체 첨단패키징 특화단지 유치 타당성을 이같이 밝혔다. 이번 사업은 첨단기술의 혁신적인 개발과 발전을 이끄는 게 목적이다. 산업 인프라 및 성장 잠재력뿐만 아니라 주변 대학과의 협력으로 질 높은 인력 수급이 언제든 가능하다고 유 시장은 설명했다.
그는 “지리적으로 봤을 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가 반도체 선도기업과 1시간 이내로 무리없이 접근할 수 있다”면서 “지역에 포진된 여러 소부장 업체와의 연계 강화를 통해 선순환이 이뤄지는 체계가 완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은 전국에서 인구 유입이 활발한 도시 가운데 한 곳으로 시스템 반도체 수출 1위 도시란 타이틀이 부각된다. 유 시장은 타 시·도와는 차별화된 생태계를 구현해 정부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에 한 축을 담당하는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적극 내비쳤다.
인천이 구상 중인 밑그림에 대해 “영종3단계 유보지에 100여개 회사를 집적시켜 해외 진출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기존 송도지식정보산단과 남동산단에는 각각 연구개발·인력양성, 기술지원센터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알렸다. 현재 남동산단에는 관내 전체의 반도체 기업 1299곳 중 31.4%(408곳)가 위치했다.
이번 행보가 최근 정부에서 비상경제민생회의 결과로 발표한 민간투자 확대 차원의 ‘용인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일정과는 아예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유 시장은 “용인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다. 인천이 지정을 추진 중인 특화단지는 정부가 직접 조성에 관여하는 것이면서 주력 분야도 후공정으로 특화됐다”고 부연했다.
국내 첨단패키징 기술이 대만과의 차이가 커지고 있는 데 강한 우려를 드러낸 유 시장은 “향후 산자부의 선택은 반도체 전·후공정 융합을 통해 대만보다 앞서 나갈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더 나아가 지역 반도체산업의 동반 성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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