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무용론보다 '인력난'…검사는 20명, 사건은 3천건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 보고서 발표
최대 근무기간 12년 불과…안정적 인사제도 필요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부장검사 추가 모집에 나선 가운데, 공수처 검사 정원이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수사부 소속 검사 수와 차이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 20여명 수준을 유지하면서 1년여간 사건 3000여건을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수처 '무용론'에 앞서 인력 증원과 안정적인 인사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5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특별수사기관의 수사체계 안착 방안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공수처 검사의 정원은 25명이다. 지난해 5월 기준 인원은 23명으로 2명 결원 상태다. 수사관은 40명 정원에 33명이고, 행정직원은 20명 정원에 19명이 근무하고 있다. 1년여가 지난 지금은 퇴직으로 검사 정원 25명 중 세 자리가 비어 22명이다.
수사의 핵심 인력인 검사 정원이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수사부 소속 검사 수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같은 해 기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의 검사 수는 8명, 반부패수사2부의 검사 수는 7명, 반부패수사3부의 검사 수는 7명으로 모두 22명이다. 특정 검찰청의 한 부서에 소속된 검사 규모의 인력이 조직 전체의 수사를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검사 못지않게 중요한 인력인 수사관은 검사 대비 1.6명이다. 행정 직원은 검사 대비 0.8명에 그쳤다. 검찰의 경우 대검찰청은 검사 1명당 공무원 수가 7.6명, 서울중앙지검은 3.3명, 서울고검은 2.7명이다.
보고서는 "지난 2년여 동안 접수한 사건의 수와 처리 중인 사건의 규모, 사건수 등을 고려할 때 검사의 수는 지금 보다 2배 이상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며 "행정직은 그 숫자가 너무 적게 설정돼 있는데, 검사의 수에 맞춰서 수사관과 행정직을 포함해 최소 4배에서 5배 규모가 있어야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공수처가 2021~2022년 3월 사이 처리한 사건의 수는 3062건이다.
인력 증원 못지않게 안정적인 인사제도 구축 필요성도 제기됐다. 공수처법은 검사의 임기를 3년으로 수사관은 임기를 6년으로 하고 있다. 검사의 경우에는 연임 횟수에 제한을 두고 있다. 이 같은 임기제로 검사와 수사관은 업무의 연속성에 불안이 상존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연임 횟수는 3회로 3·6년에 한 번씩 재임용 심사를 통과해도 최대 근무할 수 있는 기간이 12년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수사관의 경우 정년을 보장하되, 근무평정이나 비위가 심한 경우 징계 등을 통한 면직 절차를 두는 것이 타당하다"며 "검사는 임기를 검찰청법상의 검사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정년을 보장하되, 7년마다 적격심사를 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 공수처 사건처리의 연속성, 전문성 강화의 측면에서 타당하다"라고 대책을 제시했다.
불안정한 인사 제도의 불똥은 공수처 처·차장에게도 번진다. 이들의 임기는 3년으로 중임할 수 없다. 처·차장이 비슷한 시기에 퇴직하면 적은 인력으로 돌아가고 있는 공수처 사건 처리에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사실상 중요 사건 수사지휘를 차장이 한다는 점에서 수사의 연속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차장의 임기를 처장과 같이 단기로 하는 건 불합리하다"며 "차장의 임기를 4년 또는 5년으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역시 이러한 문제점을 느끼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해 11월 한국정책능력진흥원 용역을 통해 조직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검사 수를 40명으로, 수사관 수를 80명으로 늘려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국회에서도 같은 취지의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달 수사관을 40명에서 80명, 행정직원을 20명에서 50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해 12월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검사 정원을 25명에서 40명으로 증원하는 개정안을 냈다. 두 개정안 모두 소관위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여야 모두 공수처법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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