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 그룹 후광 없는 'IPO 주관' 첫 도전…씨유박스 흥행할까

박경현 2023. 4. 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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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증권, 2018년 6월 후 대표주관 실적 전무
적자 기업·많은 유통주식 수 '우려'

SK증권이 SK그룹과의 분리 이후 처음으로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상장주관을 맡은 가운데 흥행을 거둬 성공적 상장으로 완수해낼 수 있을지 시선이 모인다. /더팩트 DB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SK증권이 SK그룹과의 분리 이후 처음으로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상장 주관을 맡은 가운데 흥행을 거둬 성공적인 상장으로 완수해 낼 수 있을지 시선이 모인다.

◆ SK그룹 후광 잃은 뒤 실적 전무…한화리츠 실패도 만회해야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증권이 상장주관을 맡은 CUBOX(씨유박스)가 지난달 28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일정에 돌입했다.

2010년 설립된 씨유박스는 AI 얼굴인식 전문 기업이다. 인천국제공항 스마트패스 사업을 추진한 이력이 있으며 공항의 자동출입국심사대, 정부 4대 청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등 국가 주요 시설에 다양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공급 중이다.

신한투자증권과 공동으로 맡게 된 이번 상장주관은 SK증권이 SK그룹과의 결별 뒤 실적이 전무하다가 얻게 된 기회다.

앞서 진행한 딜들은 인수사로의 참여였고 이 역시 대다수가 SK그룹 후광에 힘입은 성과였다. 지난 2020년 이후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SK그룹 계열사 공모에 참여했으나 대표주관이 아니었고, 지난해 인수회사로 들어간 SK쉴더스, 공동주관사로 선정됐던 원스토어는 상장 일정 철회로 실적을 올릴 기회마저 무산됐다.

SK증권은 지난 2018년 6월 이원다이애그노믹스의 상장을 주선한 뒤 대표주관 실적에 맥이 끊겼다. 이는 2018년 7월 SK그룹과의 계열분리 전의 성과다.

올해 SK증권을 제외한 중소형사들은 대어급 IPO의 잇따른 철회로 인해 기존 대형사 위주로 이어지던 딜이 약화된 틈을 타 약진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이노진의 코스닥 이전 상장 주관에 나서 청약경쟁률 1643대 1을 기록해 흥행을 끌어냈다. 신영증권은 자람테크놀로지의 기관 수요예측을 1702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DB금융투자는 바이오인프라 대표 주관을 맡아 청약에서 1조8000억 원에 이르는 증거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현대차증권은 한주라이트메탈의 상장 주관을 맡아 호실적을 거뒀다.

SK증권으로선 이번 딜의 성공적인 완수 여부가 향후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 중요한 기로다. 지난달 인수회사로 참여했던 한화리츠의 경우 청약에서 미달사태가 발생해 실권주를 떠안으며 고배를 마셨다. 한화리츠 일반청약 경쟁률은 0.53대 1에 그치면서 SK증권은 31억 원 가량의 실권주를 떠안았다.

기술특례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씨유박스는 지난해 손실을 기록 중인 적자회사다. /씨유박스

◆ 기술특례 밟는 '적자기업'…유통 주식수 많은 점은 우려

SK증권은 향후 이어질 관련 성과들을 위해서라도 이번 주관에서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 SK증권의 IB조직이 실력을 증명하는데는 씨유박스 공모 흥행 여부도 중요한 판가름 요소가 될 전망이다.

이에 기업가치 설정과 입증에서 주관사인 SK증권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특례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씨유박스는 현재까지 손실을 기록 중인 적자회사다. 공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씨유박스 2020년 영업손실은 35억 원이다. 2021년 46억 원, 2022년 63억 원씩 각각 발생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83억 원으로 적자를 기록 중이다.

특례상장 기업들은 상장 후 가시적인 재무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당장에 적자를 내고 있거나 수익성이 매우 낮더라도 기술평가 등급 등 조건에 부합한다면 증시 입성이 가능하며, 실적이 나지 않아도 5년가량은 거래소의 엄격한 상장폐지 기준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투자자들이 재무적으로 불안정한 회사라는 인식을 가지기 쉽다.

실제로 최근 셀리버리, 샘코 등 기업은 지난해 급격한 영업손실 등이 나타났고 '감사의견 거절' 등의 사유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이 외에도 기술특례를 통한 상장이 본격화된 2017년 이후 상장한 회사들 대다수가 상장 당시 제시한 목표 실적에 미달을 나타내고 있다. 2019년 12월 성장성특례로 상장한 인공지능(AI) 신약 개발기업 신테카바이오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유통 가능한 주식 물량이 다소 많은 점은 상장 후 주가가 출렁일 수 있는 요소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씨유박스 상장 직후 유통 물량은 약 488만6502주다. 상장 예정 주식(996만6633주)의 49%가량이다.

다만, 씨유박스와 같이 기술특례로 상장한 알체라가 수요예측과 청약에서 10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고, 최근 AI 사업의 유망성으로 주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일각에선 흥행에 기대감도 실리고 있다.

다양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주관사와 씨유박스는 지난해 7월 상장 예비심사청구 당시 제시한 공모가 범위(2만3000~2만7000원)보다 할인한 공모가 밴드를 제시했다. 피어그룹 PER 산출 기준도 일반적인 수준보다 보수적으로 책정해 31.75배의 PER 배수를 산출했다.

씨유박스의 총 공모주식수는 150만 주로 신주 100%로 구성됐다. 주당 공모 희망가 범위는 1만7200~2만3200원이며 이번 공모로 최대 348억 원을 조달한다. 예상 시가총액은 2310억 원가량이다.

내달 2~3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하고 같은 달 9~10일 일반청약을 받는다. 5월 중 상장 예정이다.

SK증권 관계자는 "씨유박스 공동주관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올해 예정된 기업들의 IPO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며 "특히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MICE 기업인 메쎄이상을 스팩 합병 상장 시킨 것과 같이 다양한 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상황을 고려해 발행사에게 가장 적절한 상장에 접근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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