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애 변호사, 학폭 재판 ‘불출석’에 유족들 패소
항소심 변론 세 차례 안 나가
1심 승소 건도 패소로 확정돼
‘조국흑서(<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공동 저자인 권경애 변호사(법무법인 해미르·사진)가 학교폭력 피해자 측을 대리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2심에서 원고 패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소송 대리인의 업무 해태로 피해자 자녀의 죽음에 대해 민사적 책임을 묻지 못하게 된 것이다.
서울고법 민사8-2부(당시 재판장 김봉원)는 학교폭력 피해로 숨진 자녀를 대신해 A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지난해 11월24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에 따르면 딸 B양은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폭력 가해자들로부터 집단따돌림을 당했다. 중학교 1학년이던 B양을 저격하는 비방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왔다. B양은 따돌림을 피해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갔지만, 고교에 진학하면서 괴롭힘이 계속됐다. 2015년 B양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딸이 숨진 이듬해 서울교육청과 학교법인, 가해 학생 부모 C씨 등 38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경찰은 중학교 때 B양을 비방하는 글을 SNS에 올리고 욕설한 학생 몇 명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손해배상 소송의 대리는 권 변호사가 맡았다. 권 변호사는 지난해 2월 1심에서 가해 학생 중 1명의 부모를 상대로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A씨는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이들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며 지난해 5월 항소했지만 제대로 다퉈보지 못한 채 패소 판결문을 받았다. 권 변호사가 세 차례 열린 항소심 변론기일에 모두 불출석했기 때문이다.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재판 당사자가 3회 이상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하더라도 변론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본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 불복한 가해 학생 부모의 항소를 받아들여 A씨의 청구를 기각(원고 패소)했다. 패소 사실을 몰랐던 A씨가 상고하지 않아 이 판결은 확정됐다. A씨 측은 제대로 다퉈보지도 못한 채 1심에서 승소한 소송에서조차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 것이다.
A씨는 패소 사실을 지난달 말이 되어서야 권 변호사에게서 전해 들었다고 한다. A씨는 5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지난 3월 권 변호사에게 재판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냐고 물었더니 한참을 머뭇거리다 소송이 취하됐다고 했다”며 “도대체 왜 안 갔냐고 물으니 한 번은 몸이 아파서였고 다음날은 날짜를 잘못 적어놔서 못 갔다고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권 변호사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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