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김성한 경질 사건이 남긴 것
왜 뭉갰는지는 여전히 의문
안보실 누적된 난맥상이 根因
외교 전열 재정비 계기 삼아야
윤석열정부의 외교안보 사령탑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경질 사건은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하나둘이 아니다. 김 전 실장은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 결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참모였고, 정상외교의 최대 이벤트인 미국 국빈 방문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그의 전격 경질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이번 사태의 전말에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않아 구구한 억측이 제기된다.
그러나 왜 김 전 실장은 블랙핑크 공연 행사를 보고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김 전 실장은 “미국 측 제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것만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기에 외교가와 정치권에는 여러 얘기가 흘러나온다. 야권 일각에서는 김건희 여사 배후설도 제기한다. 윤 대통령과 50년 지기인 김 전 실장이 김 여사의 문화 취향을 잘 아는 터라 자기 선에서 뭉갰다는 얘기도 나온다.
블랙핑크 보고 누락이 결정적 계기가 됐지만, 이번 사건은 대통령실 외교안보팀의 누적된 난맥상이 쌓여서 터진 일로 보인다. 김 전 실장 교체는 시간문제였을 뿐 진작 예정된 것이었다는 말이다. 김 전 실장과 직속 부하인 김태효 1차장과의 알력설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특히 한·일 관계 개선 해법을 놓고 두 사람 간 갈등이 깊은 데 따른 윤 대통령의 불만이 쌓였다는 것이다.
안보실 역량과 관련해 누적됐던 문제도 윤 대통령의 경질 결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대통령들은 해외 순방을 다녀오면 보통 지지율이 상승했지만, 윤 대통령의 경우 ‘순방리스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지율에 악영향을 줬다. 김 전 실장을 주축으로 한 안보실의 ‘정보 칸막이’가 심해 이로 인한 불만이 김 전 실장 교체에 영향을 줬다는 말도 나온다. 블랙핑크 일만 해도 김 차장은 몰랐다고 한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과 외교부의 불협화음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빈 방미 일정을 마치고 취임 1년이 되는 내달 10일을 전후해 박진 외교부 장관 등 외교안보 진용 개편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같은 사정과 무관치 않다.
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한·미·일 정상회담이 차례로 열린다. 한국 외교의 변곡점이 될 중요 무대다. 북한은 남한을 타격할 전술 핵탄두를 공개하는 등 하루가 멀다 하고 도발을 일삼고 있다. 미·중 신냉전 속에서 한국 경제의 피해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런데 정작 일을 치르기도 전에 국정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 내에서 난맥상이 불거졌으니 여간 큰일이 아니다.
외교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악재가 잇따르며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한국갤럽)로 떨어졌다. 한 달 후면 정권 출범 1년을 맞는다. 집권 2년 차는 5년 임기 중에 가장 왕성하게 일을 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다. 이번 사건은 윤 정부의 사람과 시스템 모두에 적잖은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윤 정부는 이번 일을 외교 전열 재정비와 일신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하겠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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