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굴 50주년 맞는 천마총으로 엿보는 한국 고대사

2023. 4. 5.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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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보돈 경북대 사학과 명예교수
주보돈 경북대 사학과 명예교수

1973년 4월 6일은 천마총이 발굴 첫 삽을 뜬 날이니 벌써 50년 전 일이다. 1973년 10월 어느 날 나는 경주 황남동에서 진행 중이던 큰 무덤과 주변의 몇몇 발굴 현장을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현재 대릉원(大陵苑)으로 불리는 일대에 대한 대대적인 발굴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계림로 일원(대릉원의 동편 담장도 해당)에서는 조그마한 냇돌로 이루어진 작은 무덤들이 즐비하게 노출되어 있던 전경이 무척 이색적이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중에서도 큰 기대와 관심을 끈 것은 단연 핵심인 155호분이었다. 결국 거기서 출자형 금관을 비롯한 엄청난 수량의 부장품이 나왔고, 이들 가운데 자작나무 껍질의 말다래(障泥)에 그려진 동물 그림은 각별한 주목을 끌었다. 놀랍게도 신라인이 그린 그림이었으며, 바로 천마도였다.

뒷날 천마가 아니라 기린(麒麟)이란 견해가 잠시 제기된 적도 있다. 어차피 둘 모두가 상상 속 동물이므로 겉모습만으로 단정하기는 곤란하지만 하늘에서 내려온 말이 신라 건국자인 박혁거세의 출현을 알려주었다는 기록과 연관시켜 본다면 기록상으로 거의 확인되지 않는 기린보다는 천마로 보는 쪽이 옳을 듯하다.

일제는 경주 분지 중심부에서 외양만으로 무덤이 확실한 것에 대해서만 관리 편의상 무작위로 번호를 매겼는데 155호는 그 마지막이었으며, 천마의 출현으로 이제 천마총이란 별도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출토유물로 보아 적석목곽분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장 늦은 시기인 6세기 초반에 만들어졌다고 봄이 일반적이다.

고고학계 일각에서 무덤 주인을 두고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왕릉으로 단정해 21대 소지왕, 22대 지증왕설 등이 제기되었지만 이는 역사학 입장에서는 전혀 받아들이기 어렵다. 발굴 50년을 맞은 아직까지도 천마총 주인이 국왕인지 아닌지조차 확정짓기 곤란하다. 무덤 주인을 특정하려면 능묘비(陵墓碑)나 지석(誌石)과 같은 증거가 출토되거나 아니면 적어도 증거로 삼을 만한 약간의 문헌기록이라도 남아 있어야 가능한데, 오직 유물만으로 추정하는 것은 어떤 경우로도 용납될 수 없는 위험천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마총 발굴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는 의미 있는 일이었다. 천마총을 비롯한 대릉원 일원의 무덤 내부는 목곽 바로 위에 냇돌을 완전히 덮은 특이한 구조로서, 그 기원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지만 경주 분지에만 존재한다는 점이 가장 특징적이다. 신라국가의 건국을 주도한 특정 지배집단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용도로서 의도적으로 창안한 무덤 구조라고 볼 수 있다.

경주 분지에 위치한 사로국이 진한을 구성한 동료국가들을 정치적 세력권으로 편입시켜 새롭게 신라를 출범시킨 것이 4세기 중엽 무렵의 일이고, 적석목곽분도 비슷한 시점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하였으므로 양자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음이 확실하다. 또한, 이 시기는 국왕(마립간)이 아직 배타적인 절대권을 갖지 못해 국왕만의 무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따로 마련하지 못한 시기였다.

천마총은 적석목곽분이 만들어지던 시기의 말기 무렵 무덤이다. 천마총이 만들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인 법흥왕대는 국왕을 정점으로 하는 새로운 집권적인 지배체제가 성립한 시기로서 왕의 무덤을 서악 방면으로 옮긴 기록이 처음 나타난다. 이때는 내부 구조도 이전과 달라지며 국왕만의 무덤은 별도로 두드러진 위치에 마련되기 시작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천마총 발굴은 신라 역사와 문화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고고자료를 매개로 살필 수 있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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