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결승 투런포로 ‘ML 첫 홈런’…배지환 ‘환희의 날’

개장 111년 펜웨이파크 담장 ‘훌쩍’
빅리그 풀타임 네 경기 만에 손맛
8회엔 안타성 타구 ‘환상 캐치’도

피츠버그 배지환이 5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보스턴과의 방문 경기에서 2회 투런 홈런을 친 뒤 기뻐하며 베이스를 돌고 있다. 보스턴 | USA투데이연합뉴스

배지환(24·피츠버그)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개인 통산 첫 홈런을 터뜨리는 데 그치지 않고 호수비까지 펼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배지환은 5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방문 경기에 8번 타자·2루수로 출전해 0-1로 뒤진 2회 역전 홈런을 터뜨렸다.

2회초 2사 1루의 첫 타석에 들어선 배지환은 보스턴 우완 선발 투수 닉 피베타의 바깥쪽 시속 94.8마일(152.5㎞)짜리 속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타구 속도는 시속 164㎞, 홈런 비거리는 109ｍ로 각각 측정됐다. 빅리그 출전 14경기 만에 나온 첫 대포다. 또 배지환은 이 홈런으로 시즌 첫 타점도 수확했다.

지난해 빅리그에 데뷔하고 올해 개막전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배지환은 1912년 개장한 MLB에서 가장 오래된 구장인 펜웨이파크의 ‘그린몬스터’를 넘기는 첫 아치를 그려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를 남겼다.

배지환은 4회 삼진, 6회 땅볼, 9회 외야 뜬공으로 타격을 마감했다. 4타수 1안타를 친 배지환의 시즌 타율은 0.214이다.

8회에는 2루수에서 중견수로 자리를 옮긴 뒤 라파엘 데버스의 안타성 타구를 점프 캐치로 걷어내는 호수비도 펼쳤다. 타구를 바라보며 펜스 앞에 간 배지환은 벽에 부딪치며 점프해 타구를 걷어낸 뒤 활짝 웃었다.

피츠버그가 4-1로 승리하면서 배지환의 홈런은 역전 결승포가 됐다.

이날 배지환과 피츠버그의 또 다른 한국인 타자 최지만, 일본인 요시다 마사타카(좌익수), 대만 출신 장위정(2루수·이상 보스턴) 등 아시아 메이저리거들이 총출동했다. 그중에서도 배지환이 가장 빛났다. 5번 지명 타자로 출전한 최지만은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해 시즌 타율 0.083을 기록했다. 요시다는 4타수 무안타, 장위정은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경북고를 졸업하고 2018년 피츠버그와 계약한 배지환은 2019년 마이너리그 싱글A, 2021년 더블A를 거쳐 2022년 트리플A에 진출했다. 지난해 트리플A에서 10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9(419타수 121안타), 8홈런, 53타점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내·외야를 오가는 폭넓은 수비로 주가를 높인 덕에 시즌 막판 빅리그의 부름을 받았고 올해는 개막전부터 맹활약하고 있다.

배지환은 지난 2월10일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첫 안타, 도루, 타점 다 나왔으니, 이제 홈런이 나올 차례”라며 한방에 욕심을 냈다. 그리고 풀타임 빅리거의 첫발을 뗀 올시즌 4경기 만에 자신의 바람을 이뤘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