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메모] ‘위기의 축구협회’…정몽규 회장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
승부 조작 가담자 사면 논란으로 큰 홍역을 앓은 대한축구협회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돌아선 팬들의 마음, 실추된 축구계 위상과 협회 신뢰도를 조금이라도 회복하기 위한 쇄신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쇄신책은 팬과 언론 등을 넘어 국민이 납득할 만한 내용으로 강구돼야 함은 물론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거버넌스 개혁을 위한 강력한 의지 표명이다. 유명인, 정몽규 회장 지인, 경기인 위주로 꾸려진 이사진은 더 이상 안 된다. 유관 기관, 산업계, 법조계, 의료계, 언론계, 문화계 등 다양한 분야와 축구를 연결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가진 인사들을 초빙해야 한다. 주요 국제 스포츠 기구들처럼 내·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평의회를 만드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평의회는 정책 입안과 실행에 앞서 다양한 관점에서 충고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협회 전무이사, 사무총장 자리에 정 회장에게 “NO”라고 할 수 있는 인사를 선임해야 한다. 전무이사와 사무총장은 협회 살림살이는 물론 한국축구 전체를 실무적으로 책임지는 아주 중요한 자리다.
정 회장 체제에서 협회는 월드컵 진출, 스폰서십 확대, 천안축구센터 이전 등 공도 세웠지만 축구 외교력 상실, 전시행정,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책 등 과도 적잖다. 이번 사면 논란으로 정 회장은 개인적으로 회복이 어려운 치명타를 입었다. 사흘 만에 사면 철회, 공개 사과, 이사진 전원 사퇴가 일주일도 안 돼 이어졌다. 정 회장이 사과문을 직접 읽기도 했다. 질의응답이 없는 일방적 입장 발표였고 그게 팬, 언론 등으로부터 공분을 더 샀다. 지금도 일각에서는 정 회장 즉각 사퇴를 외친다.
시간이 지나면 사면 논란은 조금씩 누그러질 것이다. 그렇다고 팬들의 앙금과 분노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시한폭탄은 팬들의 마음속에 꽈리를 틀게 되고 조그만 불씨만 있으면 언제든 터질 수 있다.
지금이라도 정 회장은 팬들 앞에 나서 다시 용서를 구해야 한다. 팬들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자초지종을 진솔하게 설명하는 동시에 팬들이 수긍할 수 있는 쇄신책을 겸허하게 내놓아야 한다. 동시에 초미의 관심사인 자기 거취에 대한 입장도 밝혀야 한다. 그게 한국축구, 협회는 물론 정 회장 본인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잘못했다고 바로 그만두는 것은 리더로서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릇 리더는 어떤 사태라도 책임감 있게 처리하고 다음 집행부가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토대를 다진 뒤 떠나야 한다.
김세훈 | 스포츠부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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