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경 파워’냐 ‘좀비 배구’냐…최후의 승부, 누가 웃을까
최악의 역전패 위기 몰린 흥국생명 ‘은퇴 시사’ 김연경 라스트 댄스 주목
‘2패 뒤 2승’ 기사회생한 도로공사, 우승 확률 0% 뚫고 새 역사 쓸지 관심
벼랑 끝에서 기어올라온 한국도로공사가 프로배구 V리그 사상 첫 ‘리버스스윕’ 우승에 도전한다. 시즌 중반부터 무적 모드를 달리던 흥국생명은 흔들리고 있다. 배구여제 김연경이 부활하지 못한다면 여자배구 새 역사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챔피언결정전 3, 4차전 한국도로공사는 흡사 공포영화에 나오는 좀비 같은 배구를 했다.
죽여도 죽지 않고, 아무리 때려도 받아냈다. 상대 입장에선 기가 질릴 만도 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4차전 패배 후 “선수들의 정신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승이 두려운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단기전 향방을 가르는 기세 싸움에서 밀리고 있다는 얘기다.
첫 2경기를 내주고 “실력에서 졌다”며 “뒤집기는 어려워보인다”던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표정이 달라졌다. 선수들의 체력 고갈을 우려하면서도 “0%를 향한 도전도 할 만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말한 ‘0%’는 이제까지 여자배구 챔프전의 역사를 의미한다. 그간 챔프전에서 한 팀이 1·2차전을 내리 이긴 경우는 5차례 있었다. 모두 1·2차전 승리 팀이 우승했다. 역전 우승의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김 감독과 도로공사가 노리는 건 바로 그 첫 사례다.
체력은 진작에 바닥이 났지만, 도로공사 특유의 끈질긴 수비는 시리즈 후반 들어 오히려 살아나고 있다. 4차전 디그에서 112-94로 흥국생명을 압도했다. 3차전까지 도로공사는 장기인 디그에서 흥국생명을 이기지 못했다. 1, 2차전 주축선수들이 감기로 고생했지만 “한번 세게 앓고 났더니 오히려 컨디션은 더 좋아졌다”는 너스레가 나올 정도로 경기력이 살아나고 있다. 무릎이 좋지 않아 코트 바깥에선 절뚝이며 걷고 있는 캣벨이 4차전 공격성공률 43.28%로 30득점하며 외국인 화력대결에서 흥국생명 옐레나를 오히려 압도했다. “하이파이브 할 힘도 없다”는 박정아도 고비마다 스파이크를 꽂으며 ‘클러치 박’의 이름값을 해냈다. 둘 모두 마지막 5차전에 모든 걸 불태우겠다는 각오다.
흥국생명은 비상이 걸렸다. 든든한 상수였던 김연경조차 지친 기색이 보인다. 1~3차전 50%를 오가던 김연경의 공격성공률이 4차전 들어서는 34.55%로 뚝 떨어졌다. 공격효율은 23.64%에 그쳤다. 새삼스럽지만 김연경도 올해로 35세다. 노장 소리를 듣기에 충분한 나이다. 세터 이원정의 토스 불안이 5차전에도 이어진다면, 결국 김연경의 개인 기량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김연경이 묶이면 옐레나의 회복도 기대하기 쉽지 않다.
김연경은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FA)선수 자격을 얻는다. 시즌 중 은퇴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홈에서 열리는 5차전은 그래서 더 각별하다. 흥국생명에서, 어쩌면 선수생활 전체에서 ‘라스트댄스’가 될 수 있는 경기다.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고 싶은 것은 한국도로공사 역시 마찬가지다. 박정아, 정대영, 배유나, 전새얀, 문정원 등 핵심 멤버 5명이 올 시즌 뒤 FA로 풀린다. 2017~2018시즌 팀의 사상 첫 우승을 일궜던 주축들이다. 이들 중 누가 얼마나 다음 시즌에도 도로공사에서 함께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챔프전 5차전이 확정된 직후 삼산월드체육관 좌석은 매진됐다. 6000명 이상 관중이 들어찰 것이 확실하다. 남녀 통틀어 압도적인 인천의 응원열기는 또 다른 중대변수다. 도로공사에서 “인천만 가면 제 플레이가 안 나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천 관중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기적 같은 리버스스윕을 꿈꾸는 한국도로공사가 뚫어내야 할 또 다른 장벽이다. 그리고 동시에 흥국생명이 마지막 순간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언덕이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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