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구 역투' 키움 최원태, 270일 만에 선발승 "나만 잘 하면 돼"

이상철 기자 2023. 4. 5.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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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LG전 6이닝 1실점 호투…키움은 단독 1위로
"7회 위기, 동점 되더라도 역전 안 되길 바랐다"
최원태. 2023.4.5/뉴스1 ⓒ News1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키움 히어로즈 투수 최원태가 시즌 첫 경기에서 270일 만에 선발승을 거두며 팀을 단독 1위로 이끌었다.

최원태는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키움의 2-1 승리에 일조했다.

키움은 최원태의 호투를 앞세워 시즌 3승(1패)째를 거두며 단독 1위로 도약했다. 공동 2위 SSG 랜더스, 삼성 라이온즈(이상 2승1패)와는 0.5경기 차다.

키움은 이 경기에서 1회말 LG가 실책 2개로 자멸하자 2점을 뽑았고, 이 리드를 끝까지 지켰다.

각자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으나 1회부터 6회까지 LG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한 최원태의 공이 가장 컸다.

최원태는 4회초 오스틴 딘의 안타와 오지환의 2루타로 1점을 허용했으나 큰 위기 없이 긴 이닝을 책임졌다. 2-1로 쫓긴 4회초 무사 2루에서 박동원과 문보경, 서건창을 모두 범타 처리하기도 했다.

최원태는 최고 151㎞의 직구를 던지면서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투심, 커터 등 다양한 구종을 던지며 LG 타자들을 압도했다.

경기 후 홍원기 감독은 "최원태가 6회까지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대만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준비를 잘 해왔는데, 오늘 첫 등판부터 본인이 계획 세운 것들을 잘 이행하면서 좋은 투구를 펼쳤다"고 호평했다.

이날 최원태의 투구 수는 104개다. 5회까지 80개의 공을 던졌고 승리투수 요건을 충족했으나 그는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최원태는 "지난해 100개를 던진 적이 별로 없었다. 5회를 마친 뒤 투구 수를 보니까 80개더라. 6회에 올라가면서 100개까지는 채우자고 생각했다"며 "볼이 조금 많아 100개를 넘겼다. 좀 더 타자와 빠르게 승부를 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원태는 6회초 2사에서 오지환을 10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다. 투수가 교체될 수도 있었지만 키움은 최원태에게 신뢰를 보냈다.

이에 최원태도 자신의 힘으로 이닝을 끝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박동원을 1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하고 포효했다.

최원태는 "내가 주자를 두고 내려가면 뒤이어 올라올 불펜 투수가 느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나도 작년에 불펜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 고충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내가 더 많은 공을 던지더라도 해결해야 한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말했다.

지칠 법도 하지만 최원태는 6회초에도 150㎞대 공을 던졌다. 이는 선발 투수로서 고무적인 부분이다. 그 역시 "(안)우진이를 비롯해 선발 투수들은 6회에도 구속이 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6회에 조금 흥분했던 것이 구속에 영향을 준 것 같다. 이제 끝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공을 던졌더니 그렇게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키움 히어로즈 투수 최원태가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키움 히어로즈 제공)

최원태가 선발승을 거둔 것은 2022년 7월9일 NC 다이노스전 이후 270일 만이다. 다만 이 기록을 세우기까지 고비도 있었다.

키움 2번째 투수 문성현은 7회초 1사에서 1루수 김건희의 포구 실책에 흔들리더니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실점하는 순간 최원태의 승리투수 요건이 사라질 수 있었다. 다행히 문성현은 문성주와 김현수를 차례로 범타 처리하며 최원태의 선발승을 지켜줬다.

더그아웃에서 이를 지켜봤던 최원태는 개인 기록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았다고 했다. 그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실점 없이 막아주면 고맙지만 팀 승리를 위해서 역전만 안 당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팀만 이길 수 있다면 동점이 되더라도 상관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는 최원태에게 전환점이 됐다. 그는 5차전에서 4-2로 앞선 9회 김강민에게 역전 3점 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2승3패로 밀린 팀도 이어진 6차전에서 3-4로 패배, 창단 첫 우승에 실패했다.

"나 때문에 져서 너무 아쉬웠다"고 자책한 최원태는 더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해 오프시즌에 누구보다 구슬땀을 흘렸다. 그 결과 4선발 자리를 꿰찼고, 나아가 정규리그 첫 등판 경기에서 호투를 펼쳤다.

최원태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겪으면서 정말 많은 걸 느꼈다. 그리고 내 야구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며 "밸런스가 좋아졌고 이를 유지하려 노력했다"면서 "이번 시즌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 던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우리 팀 1~3선발이 워낙 좋다. 5선발 (장)재영이도 잘 할 것 같다. 그래서 나만 잘 하면 되지 않을까"라며 웃어보였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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