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통보했다가…‘체코 원전 수출 제동’ 한수원, 미국 눈치 보다 제 발등 찍었다
웨스팅하우스와 원천 기술 소송 중
결론 날 때까지 수출길 막힐 수도
미국 정부가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원자력발전 수출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한수원은 정부가 ‘한·미 원전동맹’을 공식화한 만큼 미 에너지부(DOE)에 자발적으로 체코 원전 수출을 신고했으나, 도리어 발목이 잡힌 꼴이다. 한국 원전 기술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미국 기업 웨스팅하우스와 합의하지 않는 한, 체코 원전 수출이 막힐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수원은 지난해 12월23일 미국 에너지부에 체코 원전 사업 입찰과 관련한 정보를 제출했다고 5일 밝혔다. 미국 연방 규정에 따르면 특정 원전 기술을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해 외국에 이전할 경우 에너지부 허가를 받거나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 한국 업체인 한수원은 신고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한·미 원전동맹 공식화 및 웨스팅하우스와 다른 소송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한수원이 스스로 신고를 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와의 소송이 협상 등을 통해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수출통제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 에너지부는 지난 1월19일 한수원에 보낸 답신에서 “에너지부 신고는 미국인이 해야 한다”며 반려했다. 수출통제를 이행할 의무는 ‘미국 기술’을 ‘미국 밖으로’ 가지고 나간 ‘미국 기업’에 있는데도 한국 기업인 한수원이 굳이 신고하자 반려한 것이다.
이에 한수원은 지난 2월10일 웨스팅하우스에 서한을 보내 이 같은 사실을 공유하며 “양사 간 소송에서 제기된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미국기업(웨스팅하우스)과 협력하는 것이 최선의 행동 방침이라고 판단했다”며 대화를 제의한 배경을 밝혔다.
현재 한수원은 폴란드, 체코에 공급하는 한국형 원전 ‘APR1400’ 기술 소유권을 두고 웨스팅하우스와 소송 중이다. 웨스팅하우스는 ‘APR1400’이 자사 기술을 적용받았기 때문에 한국이 그 기술을 제3국에 재이전할 때도 미국 수출통제를 적용받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수원은 이 모델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만큼 미국 수출통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APR1400이 원천기술인지 여부를 두고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체코 원전에 사실상 빨간불이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향후 미국 정부가 문제를 제기할 경우 체코 정부가 한수원에 미국의 동의부터 얻으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폴란드 정부 주도 원전 입찰에서도 웨스팅하우스가 경쟁자인 한수원을 견제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수주를 따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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