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광물, 탈중국 안간힘…돌고돌아 결국 중국 업체와 계약
LG엔솔, 모로코 수산화리튬 확보…업무협약 대상 중국 제조업체 ‘야화’
아프리카·동남아·중남미 자원국 광산 개발, 어떤 형태든 중국 기업 참여
합작사 참여 등 관련 지침 없어…일단 ‘우려기관’ 적용 회피 전제로 투자
전기차용 배터리에서 중국산 원재료를 배제하려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 등 업계가 아프리카·중남미 같은 제3국에서 새 공급망을 찾고 있다. 그러나 이런 ‘탈중국 프로젝트’에 현지에 먼저 진출한 중국 광물업체를 파트너사로 참여시킬 수밖에 없는 역설적인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아프리카 모로코 지역에서 수산화리튬 생산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수산화리튬은 고용량·고성능의 ‘하이니켈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로 쓰인다. 모로코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다. 친환경차 세액공제 조건으로 배터리 광물을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조달하도록 한 IRA 규정에 부합한다. 그러나 협약 대상은 바로 중국 리튬화합물 제조업체 ‘야화’다.
‘탈중국’과 ‘미국 FTA 체결국’ 조건을 맞추려는 과정에서 중국 업체가 협력사로 참여했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중국 쓰촨성에 본사를 둔 야화는 연간 4만3000t의 리튬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에티오피아,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지역에도 지분투자 등의 형태로 리튬광산 채굴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IRA에 따르면 오는 2025년부터는 ‘해외 우려기관’에서 조달한 광물을 사용한 배터리는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해외 우려기관에는 중국이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결국 국내 기업들은 2년 안에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제3국에서 공급망을 개척해야 한다.
하지만 광산 개발의 노하우를 갖췄으면서도 단가 면에서 사업성을 갖춘 파트너 회사를 찾다 보면 ‘결국 중국’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아프리카·동남아·중남미 지역 광산에는 중국 기업들이 어떤 형태로든 진출해 있기 때문에 그 영향력을 완전히 털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실정이다. 앞서 SK온도 지난해 11월 칠레 리튬업체 SQM과 장기 공급계약을 맺은 바 있는데, 중국 최대 리튬생산업체 톈치리튬이 SQM 지분 22%를 갖고 있는 2대 주주다.
미국 자동차기업 포드도 지난달 30일 인도네시아 니켈 처리시설에 45억달러(5조8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주목할 점은 포드의 니켈 프로젝트에 중국의 대형 제련회사인 화유코발트가 참여한다는 사실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는 배터리 원자재 공급이 미국 기업들이 기꺼이 중국 파트너들과 협력할 만큼 충분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처럼 중국 기업이 합작사나 파트너십 등의 형태로 배터리 공급망에 참여하는 경우는 IRA 지침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해외 우려기관에 대한 추가 세부지침은 내년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 정부 통제하에 있지 않은 제3국의 광산이나, 중국 업체가 참여하더라도 지분율이 50% 미만인 경우에는 ‘해외 우려기관’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추정’ 아래서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공급망에서 중국을 100% 배제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다”며 “국내 기업들에 최대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미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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