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태 "주자 남겨두면 불펜에 부담…제가 해결해야죠" (종합)
징크스 깨고 프로 데뷔 첫 '시즌 첫 등판 승리 투수'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4선발 최원태가 2023시즌 첫 등판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해까지 대부분 100구를 넘기지 않고 마운드를 내려갔던 것과는 달리 104개를 던졌고, 6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선발투수로 임무를 다했다.
최원태는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04구 5피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날 최원태가 던진 104개의 공은 2020년 7월 4일 수원 kt wiz전 105구(4이닝 5피안타 5볼넷 4실점) 이후 최다 투구다.
104구 가운데 직구는 29개, 체인지업은 27개, 슬라이더는 25개, 커브는 14개, 투심 패스트볼은 8개, 커터는 1개로 다양한 공을 던졌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51㎞까지 나왔고, 우타자 몸쪽으로 살짝 꺾이는 투심 패스트볼도 시속 150㎞를 찍었다.
프로 데뷔 후 줄곧 선발 투수로 임무를 소화했던 최원태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불펜으로 자리를 옮겨서 마운드 주축으로 활약했다.
당시 경험을 떠올리며 이번 시범경기가 끝난 뒤 "불펜 투수의 고충을 알게 돼 선발 투수로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겠다"고 다짐했다는 그는 시즌 첫 등판에서 약속을 지켰다.
최원태는 LG 타선을 맞아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면서도 대량 실점을 억제하는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줬다.
1회 선두타자 홍창기를 볼넷으로 내보내고는 포수 이지영의 도루 저지로 주자를 정리했고, 2사 1루에서는 우익수 이형종이 오스틴 딘의 안타성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줬다.
2회와 3회에도 2사 후 주자를 한 명씩 내보내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던 최원태는 2-0으로 앞서가던 4회 첫 실점을 했다.
오스틴에게 좌전 안타를 내준 뒤 오지환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은 것이다.
계속된 무사 2루 실점 위기에서 최원태는 박동원과 문보경을 뜬공으로 처리한 뒤 서건창도 내야 땅볼로 정리했다.
가장 힘겨운 이닝은 6회였다.
투아웃까지 잘 잡아놓고 오지환과 10구 대결 끝에 볼넷을 허용한 것이다.
오지환의 2루 도루를 막지 못해 동점 주자를 내보낸 최원태는 박동원을 1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하고 임무를 마쳤다.
키움은 최원태의 호투를 발판 삼아 LG에 2-1로 승리했고, 최원태는 시즌 첫 등판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2015년 입단해 2016년부터 1군에서 활약 중인 최원태의 데뷔 첫 '시즌 첫 등판 승리'다.
최원태는 앞선 7번의 시즌 첫 등판일에 팀이 7차례 모두 패했고, 자신도 2패만을 떠안았다.
최원태가 못 던져서가 아니라, 잘 던지고 내려가도 타선이 터지지 않거나 불펜이 무너지는 등 운이 없었다.
드디어 징크스에서 벗어난 최원태는 "한 번도 첫 등판일에 못 이겼는데 오늘은 무조건 이기고 싶었다. 이겨서 기분이 좋다. 선발하면서 처음"이라고 웃었다.
무엇보다 그는 6회까지 책임지고 선발 투수로 제 몫을 해낸 것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원태는 "6회 올라갈 때 투구 수가 80개더라. 그래서 그 이닝까지 책임져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볼을 많이 던져서 100개가 넘었다. 그게 아쉽다"고 했다.
6회 2사 후 오지환에게 볼넷을 내준 건 "사실 10구 대결을 벌이고도 힘이 전혀 안 빠졌다. 한 타자만 잡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했다.
체력이 약점으로 지적됐던 최원태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의 불펜 등판 경험과 올해 대만 캠프를 호투의 비결로 꼽았다.
그는 "작년 포스트시즌에 느낀 게 많았고, 그게 전환점이 돼서 투구 밸런스가 좋아진 것 같다. 그걸 유지하려고 한다"면서 "대만 캠프에서는 송신영 코치님과 롱토스를 많이 했다. 날씨가 좋아 (대만에서) 많이 던져서 (지금) 100개씩 던져도 무리가 없다"고 했다.
미국 애리조나 대신 대만에서 많은 공을 던진 최원태는 스프링캠프 덕분에 커브를 완성했다고 했다.
그는 "대만에서 많은 경기에 출전하면서 커브를 많이 던졌다. 어디에 던지면 스윙이 나오는지 확실히 알게 됐다"며 "커브라는 구종이 하나 더 생겨서 좋다"고 설명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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