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시위 때 총 맞아 눈 잃은 이란 청년들 ‘SNS 저항’
“한 눈으로 자유를 목격하겠다.” “너희는 내 눈을 겨눴지만 내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다.”
지난해 9월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 이후 이란 전역으로 확산된 ‘히잡 시위’에 참가했다가 보안군에 의해 한쪽 눈을 잃은 청년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서로 연대하며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고 BBC가 5일 보도했다.
박사과정생 엘라헤 타보코리안은 지난해 9월 이란 북동부 마슈하드 인근에서 열린 시위에 참가했다가 보안군이 쏜 총에 맞아 오른쪽 눈을 잃었다. 그는 머리에 박힌 총탄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뒤, 병원 침대에 누워 “나는 이 사실을 말하기 위해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하는 영상을 SNS에 올렸다. 그는 “너희는 내 눈을 겨눴지만 내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다”며 “내 심장 안의 빛과 좋은 날이 오리란 희망이 나를 미소 짓게 한다. 그러나 너희들의 심장은 매일 어두워지고 있다”고 적었다. 그의 사진은 시위대가 드는 팻말에 등장하며 연대의 고리가 됐다. 그는 나중에 “국제법정에서 (내 머리에서 나온) 이 총알을 내보이겠다”고 밝혔다.
법대생인 가잘 란즈케시(21)도 지난해 11월 반다르아바스에서 열린 시위에 참가했다가 눈에 총을 맞았다. 그는 오른쪽 눈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중에도 승리의 표시로 ‘브이’(V)자를 들어 보이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 영상은 이란 안팎에서 화제가 돼 이란 정부가 청년들을 어떻게 노리고 있는지 알리는 역할을 했다. 그가 올린 “눈의 소리는 어떤 외침보다도 강하다”는 문구 역시 시위의 슬로건이 됐다. 그는 “우리의 승리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가까이 있다. 한 눈으로 자유를 목격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시위 현장에서 유사한 피해를 입은 이란 청년들이 온라인을 통해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서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공동체를 찾았다고 BBC는 전했다.
그러나 이란 전역에서 눈 부상과 실명이 얼마나 발생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병원에서 체포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치료를 기피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9월에서 11월 사이 수도 테헤란에 있는 병원 3곳에서 유사한 부상으로 치료를 받은 이들이 500여명에 달한다고 파악했다.
시위에 참여했다 실명한 청년들은 자신들이 표적이 됐다고 추정한다. 그러나 진압경찰 사령관인 하산 카라미 준장은 “(시위대의 얼굴을) ‘고의적으로’ 쐈다는 주장은 선동”이라고 현지 언론에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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