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리 떠든 놈 색출” 당 기강잡기 나선 김기현

김승재 기자 2023. 4. 5.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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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원 설화 등 잇단 사고 이어
‘이준석표 평가 폐지’ 오보 나오자
金 “어디다 대고 함부로 작문하나”
오늘 최고위서 강력조치 내놓을듯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당 기강 잡기에 나섰다. 최근 일부 최고위원의 설화(舌禍)와 소속 지자체장의 일탈, 자신의 뜻과 다른 언론 보도 등이 계기가 됐다. 김 대표 취임 이후 당 지지율이 하락세인 것도 문제인데, 일부 인사들 때문에 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대표는 6일 최고위원 회의에서도 “언행에 각별히 유의하라”는 공개 경고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총선 공천을 위한 인재 영입과 총선 물갈이를 위한 토대 마련에 직접 나서며 리더십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와의 접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3.4.5/뉴스1

김 대표는 5일 ‘이준석 전 대표가 도입한 PPAT(공직 후보자 기초자격평가)를 폐기할 것’이라는 내용의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내가 한 말도 아니고 어디서 뭘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헛소리를 떠드는 놈이 누군지 색출하라고 지시했다”며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디다 대고 함부로 작문하고 있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PPAT 폐기는 김 대표의 뜻이 아닐뿐더러 지금 시점에 굳이 이준석 전 대표를 소환해 존재감을 키워줄 이유도 없지 않으냐”며 “당대표 취임 한 달도 안 됐는데, 내부에서 자꾸 논란과 혼선이 이어지니 김 대표 입장에선 자기에 대해 훼방을 놓으려 한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김재원 최고위원이 한 달 사이 세 차례 설화를 일으키고, 당 소속 지자체장들이 산불 발생에도 골프와 음주를 한 데 대해 주변에 “기가 막힌다” “매우 엄중하게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강력한 경각심이 필요한 때”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전날 김재원 최고위원이 ‘4·3 기념일은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자 “당대표로서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언행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묻고 당의 기강을 바로 세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할 수 없다’ ‘전광훈 목사가 우파 천하통일했다’ 등의 발언으로 두 차례 물의를 빚었다. 국민의힘 소속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달 31일 홍천에 산불 진화 작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골프 연습장에서 골프를 쳤고,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달 30일 제천에서 난 산불이 완전히 진화되지 않았는데도 술자리에 참석해 논란이 됐다.

주한 영국대사 만나는 김기현 대표 - 국민의힘 김기현(오른쪽)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 대사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김 대표는 크룩스 대사에게 “2030 월드 엑스포가 부산에 꼭 유치되도록 영국에서 한 표를 찍어달라”고 했다. /이덕훈 기자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당 기강 잡기를 통해 독자적인 리더십 구축을 시도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 친윤계 의원은 “김 대표는 당대표에 당선되기까지 친윤 주류의 도움을 받은 탓에 리더십이 다소 취약한 측면이 있다”며 “당내 구성원들이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일벌백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김 대표의 기반이 좀 더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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