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복순 전도연 “등근육요? 넉달 술 끊고 만들었죠, 호호”
“칸 수상 후 진지한 작품만 들어와
감독님들 선택의 폭 넓어지길…”
“집에 ‘길복순’을 배경음악처럼 계속 틀어 놓고 있어요. 순위 오르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 될까 싶어서, 하하.”
영화 ‘길복순’이 넷플릭스 주간 톱10 비영어 영화 1위에 오른 5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위해 만난 주연배우 전도연(50)이 밝게 웃었다. 그는 “사람들이 생각지 못했던 액션 영화, 킬러로서 모습을 ‘또 다른 전도연’으로 받아들여주신 것 같아 배우로서 큰 기쁨”이라고 했다. “영화가 베를린 영화제 초청됐을 때도 ‘밀양’의 그 배우가 액션 연기를 했다는데 다들 놀라시더군요. ‘앞으로 더 많은 변화를 보시게 될 것’이라고 했죠.”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여중생 딸에게 쩔쩔매는 싱글맘 킬러가 된 전도연표 ‘길복순’에 대해선 호평이 많다.
장만위(張曼玉)에 이어 동아시아 여배우로는 두 번째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봉준호 감독이 ‘저 배우가 없었으면 한국 영화 어쩔 뻔했느냐’고 했던 우리 영화계의 보물과 같은 배우. 그런 그에게도 첫 액션 도전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등 근육을 보여야 하는 장면이 있어서 넉 달 동안 단백질 위주로 식단 조절을 했어요. 연기 인생에 처음이었어요. 술도 안 마시면서 운동하고, 액션 연습도 병행하면서요.” 그는 “감독님도 크게 기대 안 하셨던 것 같은데 그래도 현장에서 만족스럽다고 하셔서 뿌듯했다”고 했다. “어우, 근데 등 근육은 금세 하나도 안 남더라고요.”
액션 촬영은 신나기보다 연습했던 대로 안 돼 속상할 때가 더 많았다. 가장 인상적인 시퀀스 중 하나인 다른 킬러들과의 식당 격투 장면에선 며칠 촬영이 중단될 정도로 다치기도 했다. 전도연은 “몸은 안 따라주는데 마음은 자꾸 욕심이 나서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그러면서 촬영했다”고도 했다. “그래도 후반 작업을 잘 해주셔서, 부족하지만 이만하면 괜찮다 싶어 다행이었습니다.”
마침 그가 주연한 드라마 ‘일타 스캔들’(tvN)도 마지막 회 전국 시청률이 첫 회의 네 배 이상 높은 17.04%를 기록할 만큼 흥행했다. 8주 연속 넷플릭스 주간 톱10 차트에도 올랐다. ‘프라하의 연인’(2005) 이후 17년 만의 로맨틱 코미디 복귀작. 전도연은 여배우 나이 50에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으로, 또 액션 배우로 다시 한번 스스로의 길을 개척한 셈이다.
그는 “칸 수상 이후 더 많은 작품을 하게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전도연이 이런 걸 하겠어’ 하는 생각에 진지하고 무거운 작품 제의만 들어오던 시기도 있었다”며 “계속 작품을 하려면 누군가 내 껍질을 깨주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내 스스로를 깨뜨려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일타 스캔들도 보시고 길복순도 보시면 배우로서 저를 생각하는 감독님들의 폭도 좀 넓어지시지 않을까요.”
첫 액션 연기에 아쉬움도 남게 마련.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없을까. “아우, 안 할걸요. 부족한 부분은 그냥 여운으로 남겨둘래요. 액션 영화는 이제 졸업했다고 생각하려고요. 물론 ‘절대 안 해’라고 할 수는 없지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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