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정자교 보행로 일부 구간 붕괴…1명 숨지고 1명 중상
교각 아래 산책로로 쏟아져
작년 정기검사서 ‘양호 등급’
성남시, 수습 이후 안전진단
경기 성남시에서 교량 난간이 붕괴하면서 보행자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5일 오전 9시45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정자교의 보행로 일부 구간이 무너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교각 위의 가드레일과 신호등이 교각 아래 산책로로 쏟아져 내렸다. 당시 인근을 지나던 보행자 A씨(40대)가 교각 아래로 추락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또 B씨(20대)가 허리 등을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정자교는 1993년 6월 건설된 왕복 6차로 교각으로, 총연장 108m 규모다. 무너져 내린 보행로는 전체 108m 구간 중 50여m다. 차로는 무너져 내리지 않았다. 교각 양방향 통행은 완전히 차단된 상태다.
정자교 인근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지하철역 등이 있다. 직장인 유모씨(30)는 “어쩌면 내가 당할 수도 있는 사고였다. 출퇴근길에 다치지 않을지 걱정해야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남시는 사고 현장 수습을 마치는 대로 교각 안전진단에 나설 방침이다. 정자교 보행로가 왜 무너졌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이날 긴급브리핑에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국토안전관리원에서 교량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할 예정으로, 원인 파악 후 그 결과에 따라 교량에 대한 보수보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성남시 전체 211개 교량에 대한 전면적인 긴급안전점검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교각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자교의 보행로는 한쪽 끝은 고정돼 있고, 다른 쪽은 받쳐지지 않은 상태로 떠 있는 ‘캔틸레버보’ 방식으로 시공됐다. 이런 구조에서는 순간적으로 힘이 가해지게 되면 연쇄적으로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신호등이 균형을 잃고 쓰러진 것이 발단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각 위 신호등이 쓰러지며 순간적으로 강한 하중이 가해졌고, 연쇄 붕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최초 119신고 역시 “신호등이 쓰러졌다”는 내용으로 접수됐다.
교량 하부에 있는 상수도관 파열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교량 아래에 매달려 지나가는 형태로 설치된 지름 20㎝짜리 상수도관은 파열된 상태다. 보행로 붕괴 전 파열된 것인지, 붕괴의 영향으로 파열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기남부경찰청은 ‘분당 정자교 붕괴사고 수사전담팀’을 편성했다. 구체적인 붕괴 원인을 파악하고 성남시 등을 대상으로 교량 안전점검에 문제는 없었는지 등을 살필 예정이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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