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피해자 중에 피해자”…명예회복 ‘절실’
[앵커]
일제에 강제 동원된 피해자들, 광산이나 공장 노동자, 위안부 뿐만이 아닙니다.
일본군이나, 포로감시원으로 징집되기도 했는데요, 이들은 태평양전쟁이 끝난 뒤 전범 용의자로 분류돼 재판정에 섰습니다.
유형에 따라 A, B, C로 나뉘었는데 조선인 148명이 B급, C급 전범으로 몰려 처벌됐고 이 중 23명은 사형을 당했습니다.
대부분 강제동원 피해자이지만 '전범', '일본 동조자'란 오명을 쓰고 평생을 살았습니다.
한국과 일본 양쪽 모두 이들을 외면했고 지금 생존자는 없습니다.
유가족들은 일본에서 명예 회복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도쿄, 지종익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일제에 징용돼 동남아의 정글에서 연합군의 포로들을 감시해야 했던 조선인들.
일본군 상급자의 폭행에 시달리는 건 다반사였고, 복무기간이 지나도 자유롭게 귀국할 수 없었습니다.
2년 전 세상을 떠난 이학래 씨는 1955년 형무소에서 동진회를 결성해 명예회복을 위해 싸웠습니다.
[고 이학래/일제 포로감시원/2020년 6월 생전 마지막 회견 : "죽은 동료를 생각하면 이렇게 살아있는 것 자체가 죄송스럽습니다. 명예를 꼭 회복해 주고 싶습니다."]
명예회복에 나선지 68년.
당사자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고 후손들이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박래홍/동진회 회장 : "동진회의 돌아가신 아버지들은 자신들의 마음을 어떻게든 일본 정부에 전하고 싶어하셨습니다."]
일본 의회가 조선인 B·C급 전범들에게 배상하는 법률 제정에 나서달라는 겁니다.
한국 정부는 2006년 이들을 강제동원 피해자로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비슷한 처지의 자국민들에겐 일종의 배상금을 지불해놓고도 조선인들은 일본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했습니다.
동진회는 양국 정부가 관계 개선에 나선 만큼 일본 정치권을 압박해 구제 법안을 제출할 계획입니다.
[아리미츠 켄/동진회 지원모임 위원 : "강제동원이나 위안부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았을 때, (일본 정부가) 이 문제라면 해결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손을 댈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반도 출신 B, C급 전범 문제도 결국 원점은 일제 강제동원 문제입니다.
일본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에는 의지를 보이면서도 사죄와 배상은 외면하고 있는만큼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지종익입니다.
지종익 기자 (jig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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