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대외 관계서 갈등 부추겨 정치에 활용 안 돼”
북한 인권 문제 수차례 강조 속 ‘간첩’ 언급 “심리전 준비해야”
국민 패널 100여명 초청, 강제동원 피해자 등 빠져 ‘반쪽 소통’
윤석열 대통령은 5일 한·일관계와 관련해 “대외 관계에서 정부나 정치권이 갈등을 부추겨 국내 정치에 활용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제적 양보’ 기조의 대일 외교를 두고 나온 비판 목소리를 “반일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으로 규정한 데 이어 재차 ‘정치적 악용’을 언급했다. 비판 여론을 수용하고 설득해 나가기보다 ‘정적’으로 인식해 선을 가르는 식의 대응을 반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외교·안보 분야를 주제로 열린 제2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한·일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자 국정과 외교를 “국민과 국익을 최우선한다는 동일한 철학과 원칙을 가지고 해 나가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는 대일 외교와 관련한 비판 여론을 야당 등이 주도하는 ‘정치적 행위’로 바라보는 윤 대통령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서 대국민담화 성격의 ‘23분 모두발언’에서도 “우리 사회에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에서는 “한·미 동맹은 군사·안보 동맹을 넘어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했고, 한·일관계 역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복합위기, 북핵 위협을 비롯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한·미·일 3국 협력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정과 외교를 ‘동전의 양면’처럼 사실상 같은 것이라며 “외교·안보는 국민의 먹고사는 민생과 직결된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수차례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인권 실상을 확실하게 알리는 것이 국가안보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정부의 외교 기조는 자유, 평화, 번영인데 이런 기조가 모두 국민 개인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가치”라면서 “자유와 인권을 소중히 여기는 국가는 다른 나라를 침략하거나 도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과는) 같은 한민족인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 한반도의 평화, 세계 평화를 위해서는 자유와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은 정치 세력이나 국가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함께 제지하고 그런 사람들이 발붙일 수 없게끔 만들고 공동 대응을 함으로써 평화를 깨는 잠재적 위험 요소들을 억지하고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최근 수사 결과를 보면 국내 단체들이 북한의 통일전선부 산하 기관들의 지시를 받아서 간첩 행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북한의 통일 업무를 하는 곳에서 그런 일을 한다면 우리 통일부도 국민들이 거기에 넘어가지 않도록 대응 심리전 같은 것들을 잘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국민 패널 100여명이 초청됐다. 국민 패널 중 97명의 국민 방청객은 제1차 회의와 마찬가지로 각 부처 추천을 받아서 선정됐다. 군인, 경찰, 탈북민 등도 포함됐다고 한다.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에 대해 비판적인 시민단체나 피해자 등 핵심 당사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핵심 당사자를 불러 직접 설득하기보다는 정부 입장을 일방적으로 설명한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소통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1차 회의 때도 정부 입장과 부합하는 국민 패널들 발언만 나왔다.
게다가 1차 회의는 생중계됐던 것과 달리 이번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된 까닭에 어떤 패널이 어떤 질문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문가 패널 3명의 발언을 전했다. 1차 회의 때는 국민 패널이 주로 질의했으나 이번에는 전문가 패널이 질의를 주도했다고 한다.
유정인·유설희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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